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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헐뜯기/최규식 정치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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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헐뜯기/최규식 정치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입력
199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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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일 이틀동안의 국회 정당대표 연설에 대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서로를 혹평·비난하는 것을 보고는 낙후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는것 같아 씁쓰레하다.여야 대변인이나 당직자들의 상대당 대표연설에 대한 논평에서 구체적으로 시국인식의 어떤점이 잘못됐고 현실진단과 처방의 어느부분이 왜곡돼 있나를 지적하는 대목은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대부분이 『들을 필요가 없는 연설을 들었다』는 식의 원색적으로 마구잡이식의 헐뜯기 일색이다.

민주당은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연설에 대해 『혹평을 하기에는 공당의 대표에 대한 예외가 아닐 것 같다』고 일부러 한자락을 깐뒤 『교과서적인 내용일색이어서 논평에 곤란을 느낀다』고 했다.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민주당에서는 『김 대표의 연설에 3당 합당직후 보였던 의욕조차 없는 것을 보니 김 대표의 당내위상을 알 수 있을것 같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에 질세라 민자당도 이기택 민주당 대표의 연설에 대해 『큰 물건 하나 없는 잡화점을 구경한 기분』이라며 『숲을 보아야 하는데 나무만 열심히 그렸다』고 추상적인 비난을 거듭했다.

민자당에서는 또 『늘 듣던 얘기를 재탕 삼탕하고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역시 내용은 논할것도 없다는듯한 태도이다.

이런 식의 상호 비난은 김 민자대표가 야당이 야합이라고 몰아붙였던 3당 통합의 국정기여를 강조할때나 이 민주대표가 6공의 실책을 강도높게 치고나왔을때 여야가 야유나 고함없이 경청하던 모습을 일순간에 일그러뜨려 버린다.

여야는 귀중한 회기를 이틀씩이나 할애해 마련한 국회일정에 자기네 대표들이 나서 쓸데없는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을 각각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여야가 정당대표 연설이 끝날때마다 내놓는 당차원의 논평이나 의원 개인들의 반응 수준이 어제 오늘에 비롯된것은 아니다. 입만 열면 성숙된 정치상을 운위할게 아니라 좋지못한 습관이나 관행은 이젠 버릴때도 되었지 않나 싶다. 더구나 지금은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서로를 부정하던 시절도 아니지 않는가.

이제 우리 정치도 여야가 서로를 존중해줄것은 존중해 주고 평가할것은 평가해주는 수준으로 갈때도 됐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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