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바보 상자」냐 「똑똑이 상자」냐 하는 입씨름이 최근 미국에서 다시 불붙었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 8월26일 밝혀진 대학입학 학력고사(SAT) 언어부문 성적이었다. 학력고사 역사상 올해의 성적이 놀랍게도 「최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언어능력이 떨어진 것은 텔레비전 때문이라는 주장이 빗발쳤다. ◆캘리포니아주 공공교육감 윌리엄·호니그는 텔레비전을 많이 볼수록 글을 읽은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연구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교육평가위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놨었다. 그러나 일리노이대학교 조교수 제리·랜디는 말했다. 『좋은 텔레비전은 교육을 하지만,나쁜 텔레비전은 그렇지 않다』 ◆텔레비전은 그 내용에 따라 바보상자가 될수도,똑똑이상자가 될수 있다. 우리의 경우 한 가구가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을 하루 평균 6시간이 다 된 5시간53분,한사람앞 평균 3시간21분이라고 조사됐다(갤럽조사연구소). 8시간씩 잠자고 일한다면 나머지 시간은 거의 텔레비전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텔레비전매체를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주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상업방송인 서울방송(SBS)의 허가 내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일 각의를 통과한 「종합유선방송법안」이 문제투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공공단체에 「겸업」을 허용하는 특전을 베풀고,관영인 KBS 1 텔레비전과 교육방송을 의무적으로 끼워넣게 하고,프로제작 업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제작·공급분야」를 공보처장관이 지정하고,공보처장관이 방송위원 임명권과 방송국 허가권을 쥐게 된다. 말하자면 공보처장관은 대한민국 유선방송 회장이 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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