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교수 1호… 민간외교 “한몫”/러시아문학 영어로 토론식 진행/과제 많아도 수강생들 반응 높아/역사학 박사… 국내서 10년 강의경력주한 소련대사 부인이 서강대에서 러시아 문학강의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소련인 교수가 한국 학생들을 앉혀놓고 영어로 고골리의 문학을 논하는 모습은 한소 교류확대를 실감케한다.
올레그·소콜로프 주한 소련대사의 부인 엘레나·V·소콜로프 교수(40)는 8일 상오11시 서강대 인문사회관 427호 강의실에서 학생 15명과 함께 「소비예트희곡」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주3회 시간강사로 출강하는 소콜로프 교수의 강좌명은 「소비예트희곡」이지만 실제로 가르치는 내용은 푸슈킨 고골리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19세기 러시아문학이 망라돼 있다. 지난주까지 고골리의 명작단편 「외투」를 배운 학생들은 강의가 거듭될수록 러시아문학의 정수를 맛보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일방적인 설명보다는 토론을 주로하는 강의방식 때문에 학생들은 1주에 40페이지씩 영어판 소설을 일고 주제발표를 준비해야 한다.
영어 실력이 모자라거나 예습을 소홀히해 대답을 못하는 학생도 있지만 소콜로프 교수는 『반복해서 읽고 여러번 문장을 음미하면 작가의 철학·생활·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독려한다.
지난 1월 남편이 부임하면서 함께 입국한 소콜로프 교수는 지난 봄 서강대와 소련국제관계대학의 교수·학생 교류협정체결을 기념하는 파티에 참석했다가 서강대에 출강하게 됐다.
박홍총장이 소콜로프대사 부부와 환담도중 부인이 소련국제관계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뒤 유수대학에서 10년 이상 강의한 경력을 알고 출강을 권유했던 것이다.
소련에서 주로 역사와 사회과학을 강의했던 소콜로프 교수는 러시아역사를 강의하고 싶었지만 관계학과가 없어 영문과에서 「소비예트희곡」을 맡기로 하고 2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기초에 대거 수강신청을 했으나 워낙 과제가 많고 러시아어 액센트가 강한 영어강의도 어려워 15명으로 수강생이 줄어들었다.
한국에 오기전 미국에서 6년,필리핀에서 3년 등 해외거주 경험이 많은 소콜로프 교수는 『소련의 공항이나 거리엔 한국기업광고가 크게 걸려있고 소련국민들에게도 한국은 더이상 먼나라가 아니다』라며 『자유로운 사상과 학문의 교환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를 논하는 것엔 익숙지 않다』며 최근의 민감한 정치변화에 대한 언급을 피한 소콜로프 교수는 『쿠데타 실패이후 소련은 변했고 더 많이 변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편내조와 국내 프랑스국민학교에 입학한 외동딸 다샤양(7) 뒷바라지외에는 강의준비에 몰두한다는 소콜로프 교수는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일도 잦다. 소콜로프 교수는 『한국사람과 학생들은 친절하고 밝아서 좋다』고 말한다.
학생들도 소콜로프 교수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공부하게 만들어주는 교수라고 자랑하고 있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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