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그에게는 얼굴이 되는 직함이 필요없다. 이름 석자로 족하다. 지명도 제1의 재계 제1인자다. 흔히 「재계 대통령」이라고도 한다. 국외에서도 상당히 알려져있다. 국내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소 양국 대통령을 만났다.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다. 「현다이 회장,정주영」하면 미국에서도 만나고 싶은 사람은 거의 다 만날 수 있다. 정주영,그는 단순히 현대그룹의 명예회장에 끝나지 않는다. 그는 공인이다. 무에서 재계정상에 오른 그의 입지전적 경력은 무에서 출발하는 많은 젊은이들에 희망과 꿈을 준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호흡을 같이해온 「살아있는 신화」다. 장안의 화제였던 KBS의 연속극 『야망의 세월」은 그의 이 단면을 부각시켰다. 오늘날의 현대그룹을 세운 그의 독점자본가적인 기질과 행동양식본능적인 기업감각,위험감수,결단력,불도저식 추진력 등등은 기업무용담을 엮어놓는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남아있는 몇 안되는 「권위」중의 하나다. 그의 발언에는 무게가 얹혀있다.그 권위가 선용될때 그 자신에게 단기적으로 현실적으로 불이익이 올지는 몰라도 국가적인 길잡이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그의 위치는 이처럼 독특하다. 그러한 그가 주식이동을 통한 상속세 내지 증여세 탈세혐의로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아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은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있다.
국세청의 현대그룹에 대한 주식이동 세무조사에 대해 정치자금 미납부설,「괘씸죄」설,정 회장의 정계진출 기도 사전봉쇄설 등 여러가지 추측이 분분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세무사찰을 기업통제 수단으로 남용해온 사례가 적지않고 또한 그러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 행사의 자의성과 임의성이 아직 사라진것은 아니다. 그렇다해서 사실이 호도돼서는 안되겠다. 서영택 국세청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것을 정치적으로만 보려는 시각은 정말 곤혹스럽다. 만의 하나 특정기업의 잘못이 변칙적 위장증여 행위의 상당부분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그런 잘못이 정치적 시각으로 해석되거나 잘못이 없는것처럼 희석될까봐 정말 염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세금없는 부의 상속만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비단 현대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변칙증여의 사실이 밝혀지면 세정차원에서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공언했다. 국세청은 이달중 조사 및 처리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정 명예회장 일가족이 지난 5년동안 기업합병,공개전 물타기 증자 등 변칙적인 주식이동을 통해 취득한 자본이득은 약 4천억 규모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세법상의 적용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불편한 침묵을 지켜왔던 정 명예회장은 『세수누락이 있을 경우 세법에 따르겠다』 『주식이동을 통한 변칙상속 의도는 없었다』 『개인재산은 모두 사회사업에 맡기겠다. 재산규모는 현대중공업의 미공개주가 대부분이므로 몇조에 달할 것이다』 『지금까지 2백60억원의 상속세를 물었는데 이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의 상속세인 1백60억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등등 현사건에 대한 그의 입장을 밝혔다.
짧지마는 핵심이 되는말은 거의 다한것 같다. 문제의 중핵인 변칙상속과 탈세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변명이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은 세금을 크게 물지않고 부의 왕국을 승계한것이 관행이라면 관행이다. 기업합병,감자에 의한 특정인(상속자)의 주식지분 증대,내부자 거래,공개직전 주식양도,문화재단이용 등이 동원되어온 편법이다. 정 회장도 이 방법들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도 남이 하는 이재의 편법을 사용한 셈이다. 신화가 깨어질때 벌거벗은 추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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