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동훈회장,게도 구럭도 잃었다/고려시스템 「사망선고」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동훈회장,게도 구럭도 잃었다/고려시스템 「사망선고」 배경

입력
1991.10.09 00:00
0 0

◎치밀한 준비없이 동양정밀 인수 빚더미/한화지원으로 위기 근근이 넘기다 파산/부친 이후락씨 자금지원도 없어… 「재벌총수 꿈」 산산이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이며 김승연 한국화약그룹 회장의 매형인 이동훈 제일화재해상보험그룹 회장(43)의 주력계열사의 하나인 고려시스템산업(주)이 지난 7일자로 파산,재계의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고려시스템은 지난 4일 서울민사지법에 파산신청을 냈고 7일 오후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에따라 동양정밀을 인수해 부친 등의 후광을 업고 재벌총수자리에 올라보려던 이 회장의 꿈은 깨지고 관계 납품기업 및 은행 등 채권자는 큰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 회장은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지난 4월 현대·포철·아남 등 쟁쟁한 재벌들의 경쟁을 물리치고,동양정밀을 인수하면서 재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동양정밀 인수를 계기로 계열사인 고려시스템·동보산업(부동산관리회사)·제일화재보험을 묶어 제일화재그룹을 출범시키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 유학하던중 한국화약 김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43)와 만나,연애결혼,한국화약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 회장은 미 콜린스대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72년 제일화재 이사로 한화그룹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그룹내 종합상사인 골든벨에서 5년간 기업가 수업을 받은뒤 83년 고려시스템의 대표이사로 취임,사실상 독립적인 사업가로 출발했다.

이후 제일화재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이 회장은 제일화재의 주식중 4.25%를 가지고 있고 부인 김씨는 14.15%로 대주주이다.

○…이번 고려시스템 파산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지난 4월의 동양정밀 인수.

76년말 설립된 고려시스템은 컴퓨터주변기기업체로 지난해 6백32억원 매출에 9억3천만원의 순익을 올린 「괜찮은 기업」이었다.

지난해엔 5천만달러 수출을 달성,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동양정밀을 인수하면서부터 상황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동양정밀을 인수,3백50여억원을 투입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었고 결국 5개월만인 지난달 2일에 이 회장은 동양정밀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정밀에 대한 빚보증으로 모기업인 고려시스템도 흔들거리자 9월10일엔 고려시스템도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가 은행 등 채권단의 반발로 16일 이를 철회한뒤 그동안 한국화약그룹측에서 1백80억원의 어음을 대신 막아주는 등 근근이 부도 위기를 넘겨온 상태이다.

상당한 재력을 가진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부친이 전혀 자금지원을 안한것도 파산결정의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 회장은 부친의 후광과 고위층과의 관계 등 경제외적 영향력만 너무 믿고 치밀한 준비없이 동양정밀 인수 등 무리한 사업확장에 나섰다가 몰락을 자초한 것으로 금융계는 풀이하고 있다.

즉 동양정밀을 인수하고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계약상태로 남아있을 정도로 경영상 허술한 구멍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또 주변에 인재가 없는 상태에서 이 회장 자신이 3공 시절 정치자금을 관리한 경력 등을 과신,60∼70년대 개발독재시대식의 감만으로 기업경영을 한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파산결정은 일종의 기업사망선고다. 그만큼 고려시스템의 사정이 워낙 나빴던 것이다.

기업이 문을 닫는 경우는 크게 구제를 위한 절차로 법정관리나 은행관리가 있고 구제가 불가능한 경우는 부도처리와 파산결정이 있다.

부도처리는 채무자간의 빚잔치가 되나 파산은 법원이 공정하게 자산을 정리,빚을 정산한다.

고려시스템은 부채가 모두 1천4백46억원이나 자산은 8백84억원,한국화약의 보증채무는 5백80억원으로 채무정리에는 이상이 없다. 다만 한화그룹은 엉뚱하게도 빚보증을 섰다가 5백80억원을 대신 물어줘야하는 딱한 상황을 맞게 됐다.

또 종업원들은 살릴수도 있던 기업을 최악의 경우인 파산으로 몰고갔다며 철야농성에 들어갔고 한화그룹측은 종업원 대량실직은 가능한한 막아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