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의 높은 지지율에 따라 일본총리 재선이 유력시됐던 가이후(해부준수) 자민당 총재가 뜻밖에 총재선거를 단념,일본정계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구원투수니 경량급 총리니 하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들어가며 출범한 가이후 정권이었으나 의외로 역대총리중에서 가장 높은 국민적인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함으로써 2년2개월을 버텨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왔던 「정치개혁법안」이 자민당의 자중지란으로 폐기되자 「중의원해산」이란 위협으로 맞섰다가 이것이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 백기를 들게 된것이다.사실 일본의 중의원 선거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현재의 중선거구에서 소선거구로 바꾸고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법안」이 가이후 내각의 공약사항으로 나온것이며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의 다당제와 중선거구제하에서 소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군소야당을 비롯하여 소선거구제 도입으로 지역구가 바뀌게됨에 따라 선거기반을 잃게 되는 자민당내의 각 파벌들의 강력한 반발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쳐 무산되고 말았다.
정치개혁 법안이 깨끗한 정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자당과 자파의 이해득실 때문에 폐안시킬수 밖에 없다는데 일본 「파벌정치」의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일본의 집권자민당은 목침돌리기처럼 5대 파벌이 합종연충으로 돌아가면서 정권을 담당하고 있어 자민당이 한개의 정당이라기보다 여러 파벌의 연합정당이라고 해야 옳다. 이번에 가이후총리가 추진하는 「정치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미쓰즈카(삼총박)·미야자와(궁택희일)·와타나베(도변미지웅) 등 3파가 연합해서 반대,가이후의 재선에 쐐기를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이후를 밀어주던 최대 파벌인 다케시타(죽하등)파도 등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가이후총리의 총재선거 단념은 27일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에워싼 파벌간의 움직임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가이후 재선저지를 위해 연합해온 미쓰즈카·미야자와·와타나베 등 3파 연합은 다시 분산됐으며 독자후보를 내지않겠다던 최대 파벌인 다케시타파가 총재후보를 낼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자민당총재 선거양상은 더욱 복잡해질 공산이다.
지금 세계는 냉전체제의 종식에 따라 동서화해의 물결에 넘쳐있고 미소 양극체제가 붕괴됨에 따라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돼가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술핵의 폐기선언은 군축을 향한 거보로서 미국의 이니셔티브가 높게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조류와는 달리 일본은 유엔평화 유지군의 파병 등 군사대국화로의 움직임을 구체화시키면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는 시점이다.
그 어느나라 보다도 우리는 가이후를 이을 차기총리가 누가 될것인가에 관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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