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증시활황후 치부수단 악용/전산망 가동으로 「세정 사각」 해소국세청이 현대를 비롯한 8개 재벌그룹에 대한 강도높은 주식이동 조사를 펴고있는 것은 주식을 이용한 부의 변칙적인 세습과 재벌의 재테크를 세정차원에서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87년이후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기업들은 주식을 건전한 기업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재테크나 탈법적인 부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하는데 보다 열중해 왔다.
기업들은 기업공개전에 대주주의 주식을 늘려 공개함으로써 공개후 엄청난 차액을 남기는 이른바 「물타기」 증자나 주식을 실제가격보다 높이 발행하는 「뻥튀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변칙적으로 자산을 늘려왔다.
또 이렇게 늘어난 자산은 주식의 위장분산이나 변칙거래를 통해 2세나 친인척들에게 증여·상속함으로써 부의 세습화에 활용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거래는 그동안 세정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이에 대해서는 서영택 국세청장도 『지난 수년간 자본시장 활성화에 따라 주식을 이용한 변태적 증여·상속이 급증하는 실정이지만 국세청의 조사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시인할 정도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재벌조사는 국세청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조사의 고비를 강하게 죄어 나갈 것이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매년 기업의 주식이동 신고를 받아 조사를 해왔으나 올해 6월부터는 6만5천개 상장·비상장 법인의 주식전산망이 완성돼,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졌다.
이에따라 국세청은 지난 7월 모든 법인의 주식이동 상황을 전산을 통해 서면분석한뒤 변칙적인 증여·상속의 혐의가 있는 기업을 가려내 정밀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조사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억제나 부의 대물림방지라는 6공정부의 정책의지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6공 출범이후 정부는 토지공개념 도입,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매각 등의 일련의 개혁조치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나 부의 세습이라는 폐단이 별로 시정되지 않음으로써 정부는 보다 직접적인 방법인 주식이동 조사를 통해 이를 실현해 보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치열한 국제경쟁력을 헤쳐나가려는 노력보다는 개인적 부의 확장과 세습에 급급하는 재계 전반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국세청이 이번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그룹을 찍어 전 계열사와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를 조사하는 것도 항간에 떠도는 소문의 진위와 관계없이 그 경고의 상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주식이동 조사를 받고있는 8개 재벌이 모두 현대그룹과 같은 수준의 조사를 받는것은 아니다.
삼미·대림산업 등 2개 그룹은 탈법적인 상속·증여 혐의를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포착,현대와 비슷하게 전계열사를 대상으로 소유주 일가의 주식변동을 정밀조사하고 있으나 나머지 5개 그룹은 정기조사 차원에서 의심이 가는 주식거래만을 선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현대 등 재벌에 대한 국세청의 이번조사는 세무사찰을 방문케할 만큼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으며 탈세추징액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주식이동 상황조사는 앞으로 다른 기업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