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중 수교·핵사찰등 이견 있는듯/김일성·강택민 회담의 내용과 전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중 수교·핵사찰등 이견 있는듯/김일성·강택민 회담의 내용과 전망

입력
1991.10.06 00:00
0 0

◎우의 강조불구 현안언급 없어/강,통일문제도 원칙론만 피력/정치·외교보다 경제분야서 실질적 성과 있을듯【북경=유주석특파원】 4일 밤 신화사가 공개발표한 김일성­강택민 「수뇌회담」의 내용은 김의 방중목적·배경과 관련,특히 중국측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주목된다.

공식방문인 만큼 성과를 결산하는 양국 공동성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내용은 4일의 김­강 양자회담 내용을 요약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일에는 김­이붕간 회담이 있었고 그밖의 고위 또는 실무급 회담을 통해 이번 방중 주요목적의 하나인 경제지원 문제를 비롯,군사안보 분야의 「실질」 협력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사인 한·중수교·북한 핵사찰·통일방안 등 당면한 주요외교·군사문제에 관한 양측간 견해조정은 4일의 김­강 수뇌회담에서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화사가 공개한 김­강 수뇌회담의 내용은 한·중관계나 한반도 핵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남북한 유엔가입후 한·중 수교문제나 부시 미대통령의 핵무기감축 결정이후 북한 핵사찰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인 점에 비춰 양국 수뇌회담에서 이런 문제들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점에서 김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양국간 전통적 우의의 과시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당면문제들에 관해서는 쌍방간 상당한 이견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의 이번 방중은 원래 북한측 요청이 아니라 중국의 실권자 등소평의 소련사태 이후 새로운 외교전력 구상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왔다.

중국측으로서는 소련사태후 사회주의 체제유지를 위해,특히 북한·베트남 등 두 인접사회주의 정권의 안정,이들 양국과의 유대강화가 필요하다.

북한과의 전통적 우의와 유대강화는 이번 김 주석 방중기간중의 이례적인 성대한 접대와 함께 공동성명에 버금가는 김­강 수뇌회담 내용의 공개발표를 통해 이미 충분히 과시 되었다.

그러나 중국측은 양구관계의 전통적 우의와 유대를 강조하면서도 과거처럼 피로 맺어진 우정이라는,양국간의 이른바 「혈맹관계」라는 표현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과의 정치적·경제적 유대강화와는 별개로 과거와 같은 군사동맹체적 관계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인 우의,유대 강조이외에는 북한이 주장해온 「한개 민족·한개 국가·두가지 제도·두개 정부」를 기초로 한 연방제 통일방안을 지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김은 기왕의 「연방제」를 강조하면서 남북한 「어느 한쪽이 한쪽을 먹어치우는」 흡수통일 방식은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4일 밤의 신화사 발표문은 김이 이같은 연방제 통일방안을 「강조」한 사실만을 언급한뒤 이에대해 강택민이 『한반도 정세의 발전이 이 지역의 긴장완화와 안정은 물론 동북아 및 전체 아시아 정세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남북한간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강은 이어 지난 9월17일의 남북한유엔 가입을 축하하고 한반도 통일이 쌍방간의 대화,협상을 통해서만 실현돼야 하며 이에따라 10월 하순의 남북한총리 회담에서 성과가 있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는 중국측으로서 원칙론을 되풀이한데 지나지 않는다. 특히 남북한 관계개선만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대미·대일 관계나 한·중관계 개선 문제 등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한반도 정세발전에 대한 원칙적 입장표명외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놓고 의견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번 양국 수뇌회담에서는 중국측보다는 북한측이 더 많은 것을 거론하고 요구했을 공산이 크다.

한·중간의 수교 등 급진적 관계진전의 유보,국제 핵사찰 압력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요청했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으나 중국측의 이에 관한 명백한 태도표명은 없다.

다만 중국측이 핵사찰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 이를 수용하도록 종용하고 한·중관계는 남북한 및 북한과 미·일 관계의 진전과 연계시켜 당장 수교를 추진하지 않는 대신 차별 관세폐지 협정의 체결을 비롯한 한·중 협력·교류를 계속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밝혔으리라는 분석이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김의 방중은 정치·외교적인 성과보다 경제원조와 제한된 군사협력 분야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의 이번 방중에는 1백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담당 비서를 포함한 실무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소련과의 경제협력 관계가 사실상 끊어지면서 북한은 원유·기계류 등 필요한 물자의 대체 공급원을 찾는 일이 급해졌다.

소련의 설비·기술과 북한 노동력을 결합한 소비재를 북한에서 공동생산키로 했던 장기 협정 등이 소련연방의 붕괴로 백지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이나 일본,아니면 한국까지도 협력을 모색해야 될 입장이다.

중국은 정치적 유대강화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이번에 상당한 대북한 경제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상원조보다는 자국의 수출에도 이로운 구상무역 등의 원조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