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교사 가문 3대 이은 “한국사랑”/손녀 레베카씨 장학금전달 내한/“사랑방학교가 이젠 훌륭한 대학”숭실대 설립자인 미국인 선교사 배위양(Wiliam Martyne Bairds)박사가 1891년 10월4일 한국땅에 첫발을 디딘지 꼭 1백년이 되는 지난 4일 배 박사의 손녀 레베카·베르크스트레서씨(51·미 여성운동단체 상담요원)가 연로한 아버지 리처드·베어드씨(92·목사) 대신 장학금 2천5백달러(한화 1백82만여원)를 대신 전달하기 위해 숭실대를 방문했다.
지난달 24일 남편·오빠 등 가족 10여명과 입국한 레베카씨는 이날 상오10시 숭실대 웨스트민스터채플에서 조요한총장 등 교수·학생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적은 액수이지만 숭실학당을 세운 할아버지의 뜻을 기리고 숭실대에 대한 우리 가문의 깊은 애정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됐던 배위양박사는 1897년 10월10일 평양에서 젊은이들을 사랑방에 모아 중학과정을 가르치기 시작해 1900년에는 4년과정의 정식 중학교로,1906년에는 선교본부로부터 대학부 설치인가를 받아 대학교육을 실시했다.
배 박사는 숭실학당에 「진리와 봉사」라는 이념을 내걸고 영어교재를 손수 한글로 번역해 가르치면서 계몽활동과 실력있는 인재의 양성에 주력했다.
『할아버지가 94년전 작은 사랑방에서 일으킨 학교가 지금 대규모 시설을 갖춘 휼륭한 대학으로 성장해 기쁘다』는 레베카씨는 『기독교전통이 캠퍼스 곳곳에 남아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베어드가문의 고향은 한국』이라고 말하는 레베카씨는 『가족 30여명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가문의 긍지』라고 자랑했다.
특히 1899년 평양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반생을 보낸 아버지의 한국사랑은 더욱 각별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54년 한국을 방문,절두산 외국인 선교사묘지에 할아버지의 가묘를 쓰고 그 옆에 당신의 묘자리도 만들어 놓았다』는 레베카씨는 장학금 전달식을 마친뒤 아버지에게 보여주려고 캠퍼스 전경을 무비카메라로 촬영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베어드가문에는 한국생활 풍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김치를 담가 먹으며 얼마전 리처드씨의 생일잔치도 미국의 한식집에서 했을 정도이다.
레베카씨는 1941년 일제의 외국인 추방조치로 갓난아기일 때 서울을 떠나 콜럼비아로 간지 50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미 스탠퍼드대에서 라틴아메리카사를 전공한 레베카씨는 최근 한국사를 공부하기 위해 뉴욕의 한국어학원에서 한국말을 열심히 배운덕에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등 인사말을 할 수 있게 됐다. 텍사스대부속병원 의사인 레베카씨의 남편 폴·R·베르크스트레서씨(51)는 이번에 부인과 동행,연세대 학술대회에서 「피부질환예방 및 보존처리」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은 공원이 돼버린 평양숭실학당터의 할아버지묘소를 가지못해 아쉽다는 레베카씨는 『97년 숭실대 1백주년 기념식에는 베어드가문의 전가족이 참석해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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