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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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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정취가 있는 거리는 어디일까. 얼른 명동과 인사동이 꼽힌다. 명동엔 아련한 추억과 젊음의 낭만이 있다. 인사동엔 역사와 고풍이 남아서 예스럽다. 외화나 번쩍이는 강남의 새 거리나 북적거리기만 하는 부도심에 비해 그래도 옛 맛과 멋이 풍겨 서울답다고 할만하다. 서울의 자랑거리로 손색이 없다. ◆명동은 감각과 유행과 패션의 상가이고 인사동은 「거리의 박물관」으로 명성을 굳혔다. 일반시민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인상적인 골동과 문화예술의 거리이다. 현재의 동명이 생기기 전인 대사동시절엔 유명인이 많이 살았다. 이율곡도 그 가운데 한분이다. 이곳에 문화의 숨결이 스며든것은 1830년 대로,선비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문방사우를 취급하는 필방들이 들어서면서 였다. 한때는 고서점이 주도했으나 이젠 흔치가 않다. ◆땅 좁은줄 모르고 무작정 뻗어만 가는 서울은 고도의 향기를 잃어간다. 경복궁을 비롯한 몇몇 고궁들이 5백년의 역사를 힘겨운듯 간직하며,거듭된 팽창에 남느니 거대뿐이 아닌가. 황량한 빌딩군 속에서 인사동 거리같은 풍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전 거리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명동 축제가 있었다. 상인들의 참여로 분위기가 고조되어 시민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오늘부터는 인사동을 중심으로 「전통문화의 마을축제」가 열린다. 길놀이 농악 전통혼례식 같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잔치에 한가지가 딱 눈에 거슬린다. 서울올림픽 3주년 기념이라는 사족이다. 조촐한 동네 잔치에 이 무슨 거창한 장식인가. ◆유엔가입과 88올림픽을 축하하며 기리는 서울시민의 잔치가 오히려 시민에게 교통난이나 가중케했다는 짜증을 일으킨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그런 행사를 외국의 유명축제와 같게 키워 가겠다고 흰 소리를 쳤으나 잔치의 참 뜻을 모르고 한 말이다. 유엔가입이나 올림픽은 아무데나 써먹는 조미료가 아니다. 귀중할수록 긴요하게 써야 값이 나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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