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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정치성 행보」에 쐐기”/현대 세무조사 정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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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정치성 행보」에 쐐기”/현대 세무조사 정가 시각

입력
199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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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정책비판 「경제대통령」 행세 불쾌감/주민 격려품등 관련 정계진출설도 파다/청와대선 “사기업 확장 경고일뿐” 확대해석 일축국세청이 밝힌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및 일가의 세무조사 착수사실은 변칙적 주식거래 실상,상속·증여세 등의 탈세여부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정치적 배경에 관한 다각도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세무당국이 특정기업의 탈세혐의를 포착한 이상 조사에 나서는 것은 당연. 하지만 그동안 국세청이 대기업에 대해 취해온 태도와 관행에 비춰볼때 사실상 「자발적으로」 세무조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극히 파격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대상기업이 초거대 재벌이고 최근 경제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정 회장의 불화설,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의 지역구 출마설과 함께 정 회장의 정계진출설 등이 심심찮게 나돌았던 점과 관련,정·재계 관측통들은 이번 사건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정 회장의 관계가 근자에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미확인설을 들어 여권내부 대권게임의 일환으로 확대해석하기도해 이래저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우선 사안의 앞뒤를 보면 2일 국정감사장에서 김덕용의원의 문제제기가 없었더라도 국세청이 어떤 형식이로든 현대조사 사실을 공개했을 것이라는 흔적이 도처에 발견된다.

김 의원측은 『현대 등 대재벌들이 대주주간 주식거래를 통해 위장상속·증여를 일삼아왔다는 것은 증시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그러나 개별기업에 대한 세무내용을 일체 비밀리에 부쳐온 국세청의 관행에 비춰 이번 경우도 딱떨어진 답변은 처음부터 기대치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국세청제출 국감자료에서 「주식위장 증여와 관련해 1건을 조사중」이라는 다소 「이례적인」 대목이 있어 『증시소문 등에 비추어 현대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했을뿐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의원측은 야당이 불참한 여당 단독 국감에서 기껏해봐야 『주목해 보겠다』는 답변정도를 기대했다는 것이며 실제 지난달말 증권감독원에서 같은 문제를 따졌을때만해도 유야무야 넘어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위를 엮어보면 국세청은 김 의원 등 몇몇의원으로부터 현대문제 거론을 예상하는 등 공개시점과 절차를 저울질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며 여러 정황을 고려,별도의 국세청 독자발표보다 의원질의에 대답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볼수 있다. 한마디로 국세청이 6공 정부를 대신해 현대그룹,나아가 재계쪽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주도 면밀한 수순밟기의 차원서 상당한 의도를 싣고 현대세무조사 사실을 터뜨렸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고 할 경우 정치권이 추측하는 6공 정부의 의도는 크게 두세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무엇보다 정 회장이 올해들어 부쩍 6공 정부의 주요 정책방향에 공개적 이의,또는 제동을 거는가하면 기업가로서의 처신한계를 넘어 「정치적 포석」으로 비칠 수 있는 행보를 계속해 왔다는 것.

일해재단 등 5공 청문회때 「시류영합론」을 펼치며 기업의 생존원리를 주장하던 정 회장은 최근 6공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추진해온 주택 2백만호 건설,경부고속전철 건설,영종도 국제공항 건설 등에 반대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태도는 곧바로 『현정부외에 정 회장이 「영합」해야할 또다른 「시류」가 있다는 말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인의 궤도를 이탈해 여권핵심부로 하여금 적정시점에서 쐐기를 박아둘 필요를 강하게 자극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정 회장의 행보는 이에 그치지않고 지난 7월 내로라하는 재계·학계·관계·법조계 등 유명인사 70여명의 대형 민간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당시 여권에서 『대통령의 외국방문을 방불케하는 그같은 행동이 온당하다고 볼수 없다』는 불쾌감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정 회장은 종로구 주민들에게 쌀 등 「격려품」을 돌리고 주민들을 울산 「현대왕국」으로 초청,견학시키는 등 예전에 없던 정치적 제스처를 보여 그의 의도에 대한 다양한 관측을 낳았다. 종로출마설,서울시장출마설,심지어 대통령출마설 등이 그의 행적과 관련해 심심찮게 나돌던 시기도 이즈음이다.

이와함께 지난 7월말 정가에선 현대가 L·D기업 등과 함께 김영삼대표와 친근한 5대 자금줄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현대문제의 촉발계기를 제공했던 사람이 김 대표의 핵심측근인 김 의원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얘기의 설득력이 떨어지긴 하나 이를 역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일부 있는게 사실이다.

결국 지배적인 정가의 관측은 『정 회장이 경제대통령인양 재계총수로서의 역할과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정부와의 긴장을 높인것은 사실』이라며 『국세청의 현대 세무조사 배경엔 구체적 탈법사실 외에 이같은 정치적 긴장관계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야당의 K의원은 『정치성을 띤 정 회장의 일련이 움직임에 대해 여권인사가 「망상」 「공상」이라며 격한 어조로 비난하는 것을 들은적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조치에 대해 여당 당직자들은 『정부의 잇단 경제력집중 억제조치에도 아랑곳없이 재벌이 사기업 확장을 계속해와 이에대한 경고의 의미로 취해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꺼리는 눈치다.

실제 청와대·국세청 관계자들은 항간의 갖가지 추측을 일축하며 『재벌들의 부의 세습을 용납치 않겠다는 6공 정부의 경제운용원칙에 따라 혐의가 드러난 현대를 조사하게된 것이지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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