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속셈과 전망/소·불 상응조치 압력… 국내여론도 겨냥/「핵선언」 후속 없을땐 “평화공세” 전락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핵감축 선언으로 전세계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함량미달」이라는 평가가 우세해지고 있다.
미국의 속셈은 첫째,소련사태가 발발한 다음 구상됐었다는 면에서 소련내 핵무기 관리체제의 정비를 요청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 소련의 쿠데타 3일간 미국과 서구·일본 등에서는 소련권력의 향배보다 소련내 핵의 안전문제에 더욱 노심초사 했었다. 다행히 소련의 핵관리는 완벽했다. 쿠데타후 미국이 믿고 있는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이 카자흐,우크라이나,백러시아 등에 산재해있는 전술핵을 러시아공화국내로 옮기자고 제의하자 카자흐공 등이 반발,미국으로서는 옐친을 돕기위한 일방선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부시의 선언은 소·중·영·불 등 5대 핵강국에 대한 핵무장 해제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소는 지난 72년부터 SALT협정,INF협정,START협정 등으로 꾸준히 핵무기 감축을 해왔지만 다탄두 미사일(MIRV)이나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 전략핵에서는 질적인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소련의 경제파탄으로 더이상의 핵무기 개발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질적인 면에서 확실한 대소우위를 점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중국·영국·프랑스 등에게 핵무기 감축에 관한 다지간협상을 예고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미국이 겉으로는 부인하고 있는 팍스 아메리카나에 의한 단극화 체제를 노리고 있음이 틀림없다. 부시 대통령의 발표후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독일은 환영,영국은 「동의」,프랑스는 「핵개발 계속추진」을 밝힌 것도 미국의 이러한 속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기도 한 5대 핵강국은 이라크·북한 등의 핵개발을 저지하는데 같은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에 지상핵감축만 가지고도 후발국들을 제재할 수 있는 선전효과를 보고 있다. 「핵의 남북문제」에 관한한 5대 강국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아무리 소국이라도 핵무기와 운반체제만 갖추면 군사강국이 될 수 있는 핵무기 속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다른 이면에는 이들 5개국이 재래식 무기수출의 80%를 점하고 있어서(이중 미국이 절반) 자국의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후발국들이 값깐 핵무기를 개발하기보다 성능이 고도화되는 재래식 무기를 사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5개국은 지난해 중동무기 수출자제를 합의해놓고도 중동무기판매 총액 1백85억달러 가운데 1백44억달러어치를 파는 「양면정책」을 취했었다.
마지막으로,부시 행정부는 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군비삭감 공세의 예봉을 꺾고 국민에게 이로인한 「평화배당금」 배분의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속셈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미국경제는 지난해 걸프전 호경기에도 올해 0.5%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부시의 발표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의 3일 전에 나왔다는 점이 특히 상징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획기적인」 발표는 1주일이 지난면서 「속빈 강정」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소련은 지난 1일 파벨·그라체프 국방 제1차관보를 통해 「오는 94년까지 4백만 군인의 절반감축」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일본도 당초의 충격에서 벗어나 미·일 방위협정에는 변함이 없으며 소련의 위협과 미국의 점진 철수를 내세워 91∼95년 1천7백억달러의 군비증강 계획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미국내의 여론은 오히려 더많은 군비삭감을 요구하고 있어 공화당 정부를 당혹케하고 있다. 민주당이 우세한 미국의회는 차제에 전술핵만이 아니라 SDI(전략방위 구상)나 스텔스 폭격기 계획취소 등에 까지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가 부시의 「자승자박」이라는 언론의 평까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소련사태후의 시기선택,B52 등 전략폭격기 비상태세 해제 등을 TV로 내보내면서 극적인 효과를 노렸지만 앞으로 미국의 이익만이 아닌 세계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한 이번 선언도 「평화공세」에 다름 아니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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