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촌 태생 유대계… 2백여 장단편 발표/“만델라는 나의 스승”… 흑인위해 증언도/「가버린 부르주아의 세계」·「보호주의자」등 국내 소개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네이딘·고디마는 남아공을 대표하는 세계적 여류작가다. 47년 첫단편집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전개해온 그는 40여년에 이르는 일관된 작업을 통해 10여편의 장편소설과 2백여편의 단편을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도 장편 「내아들 이야기」를 발표하는 등 건필을 유지하고 있는 작자다.
74년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유럽뿐아니라 전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한 그의 작품세계는 개인적 삶의 구체적인 일상을 다루면서 도 세계의 정치·사회적 환경이 사적인 삶에 미치는 심층적이고 잠재적인 영향에 맞추어지고 있다.
그는 흑과 백이 혼재돼 격렬한 인종 갈등과 기묘한 정신적 황폐함이 깃든 남아공에서 사회적 관심과 실존문제를 융합했다고 볼수 있다.
네이딘·고디마는 1923년 11월20일 남아공의 위트워터스트랜드 동쪽 광산·공업지구인 스프링스에서 보석상을 하는 러시아계 유대인 아버지와 영국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에는 발레리나를 꿈꾸었으나 9세때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문학의 바탕을 이루게 되는 사회적 관심에 눈뜬 계기는 11세때 몸이 약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 다음이었다. 그는 이때 스핑링스의 도서관에서 초기 미국자본주의 사회의 빈민문제를 시카고 도살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의 조건에 대한 사실적 묘사로 고발한 업턴·싱클레어의 장편소설 「정글」을 읽고 자신이 살고 있는 스프랑스의 탄광노동자와 흑인의 삶에 눈떴다.
이같은 정신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그의 의식은 작품에서 뿐만아니라 이후의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표출돼 그 스스로도 넬슨·만델라와 올리버·탐보 등 아프리카민족회의 지도자들을 자신의 스승이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89년 12월 반역 및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된 11명의 흑인 운동가들에 대한 재판에서 백인인 그가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선 일화는 그의 일관된 의식을 반영한 사건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삶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관찰을 바탕으로 그의 사회의식을 반영한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들은 우리나라에도 번역·소개된 장편소설 「가버린 부르주아의 세계」(이상화역·창작과 비평간) 「보호주의자」(최영역·지학사간) 등이다.
66년에 발표한 장편 「가버린 부르주아의 세계」는 백인자유주의자로서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던 전남편 맥스의 자살소식을 들은 주인공 리즈·반·덴산트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로 20대에 결혼에 실패한뒤 현재 재혼한 그는 이 작품에서 샤프빌사건을 비롯,당시의 정치적 사건을 예리하게 파헤치면서 남아공의 인종상황에서 방황하는 백인중산충의 내면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현재 미술중개인을 하는 두번째 남편이 라인홀드·케시어(83)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요하네스버그의 부촌에서 살고있는 그는 작품 속의 의식과는 달리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일부 운동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장인철기자>장인철기자>
◎작품분석/억압체제하 고통에 관심/백인 도덕적 불감증 고발/상황속 개인심리묘사 탁월
네이딘·고디마는 인종차별 정책으로 세계적 지탄을 받고있는 남아공의 양심을 대표하는 대표적 여류작가이다. 그는 단편선집의 서문에서 『작가란 작품의 주제에 의해서 선책을 받는다. 그 주제란 그가 살고있는 시대의 의식이다』라고 쓴적이 있다. 이 말은 고디마가 남아공 체제하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억압적 상황과 아이러니에 지속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많은 작품들의 주제에서 나타나듯이 그는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흑인들의 정치적 상황에 관심을 갖고 흑인들의 의식과 저항이 점점 가열되고 있는 남아공의 정치 상황을 연대기적으로 작품화한 탁월한 소설가이다.
『남아공의 사회는 곧 하나의 정치적 상황이다』는 명제가 그의 작품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표피적인 상황이 아니라 핵심으로 파고들어가 남아공의 정치체제가 소수 백인층과 다수 흑인 피억압층 양계층에 끼치는 영향을 공평하게 탐구하고 있고 특히 백인문제를 클로스업 시키고 있다.
「버거의 딸」 「가버린 부르주아의 세계」 「쥴라이의 부족민」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남아공의 정치상황이 한 개인의 삶과 감수성,개인상호간에 발생되는 여러가지 복잡한 긴장,또는 내면적 상황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것을 인간의 도덕적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
그는 백인문제에서는 더욱 민감하다. 즉 백인지배층에 퍼져있는 도덕적 불감증이 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종차별 국가에서의 압박계층이란 점 때문에 도덕적·현실적으로 압박감에 시달리는 백인들과 백인들에게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흑인들 문제를 통해 그는 두 인종 모두가 희생자라는 인식에 도달했고 그것을 문학적 주제로 삼아 왔다.
비정치적 주제의 소설도 다수 발표됐던 그는 대체로 심리묘사에 탁월하고 그 점이 역사적 진행과정에서 겪는 개인의 문제를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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