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고속전철등 비판 계속 마찰/“6공과 불화가 배경” 재계 소문무성/소유집중 배제와 맞아떨어져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과 그 가족들에 대해 주식변칙거래혐의로 조사를 펴고 있다는 국세청의 「이례적」 발표는 커다란 충격과 함께 조사배경에 대한 적지않은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현재 벌이고 있는 정회장 일가에 대한 주식이동조사는 방법상 현대그룹의 계열사 전반에 대한 조사를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 조사배경에 대한 의문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측 설명은 서영택청장이 2일 국정감사에서 발표했듯이 정회장 일가가 최근 소유주식의 대량매각과 장외거래를 통해 변칙적으로 재산을 상속·증여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일뿐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일체 비밀에 부쳐온 국세청이 그것도 국정감사라는 공개석상을 통해 「자발적」으로 현대에 대한 조사사실을 공표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배경을 여러각도에서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재계의 시각중에는 이번 조사를 오래전부터 나돌았던 현대그룹과 6공정부와의 불화설의 표출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6공 출범이후 과거와 달리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비업무용 부동산매각·재벌주력기업 선정 과정 등에서 정부와 여러차례 마찰을 빚었다. 대표적인 예가 정 회장이 최근 대통령 공약사업인 경부고속전철 건설을 정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또 금강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받았으며 최근 대통령 공식수행단 보다 규모가 큰 민간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이번 조사의 배경을 보다 정치적인 면에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한 정부인사는 『정 회장이 근래들어 비공식 루트를 통해 특정여권 고위인사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자신이 사는 종로구 주민들을 모아 지나친 향응을 제공한다는 첩보를 여러경로를 통해 입수해 왔다』며 『정부측은 이러한 정 회장의 정치적 행동에 의혹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권위를 손상시켜온 이러한 정회장의 행동에 대한 공개경고가 이번 국세청 조사라는 풀이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숨은 배경과 관계없이 현대그룹의 경영체제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 회장과 2세들은 올들어 계열사주식 1백60만주를 대량매각,증시침체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정 회장일가는 자금 능력이 없는 친인척 소유의 극동정유 보유주식 1백63만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자금능력이 있는 정몽구,몽근,몽헌 등 3형제가 인수,변칙적인 상속·증여의 의혹을 낳았다.
국세청측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이미 상당액에 달하는 상속·증여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변칙 주식거래가 아니더라도 현대그룹은 국내 어느 재벌보다 심한 족벌운영체제를 구축,비난을 사왔다.
현대그룹은 정 회장의 동생인 인영,순영,상영씨 등이 그룹 계열회사를 가지고 독립해간 이후 지금은 아들 6형제가 42개 계열사를 장악하는 등 극심한 부의 세습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허용치 않겠다고 누차 밝혀온 정부 의지와도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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