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 사망」 여론 오히려 불리해져 “타격”/급격한 정세변화… 진로 근본변화 예상전대협의장 권한대행 이철상군(24·서울대 총학생회장·수배중)이 지난 1일 파출소 화염병 습격 등 물리력 동원시위를 자제하겠다고 밝힌이후 당일 서울대 시위와 2일의 서총련 연세대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는 등 학생시위 양태에 뚜렷한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군이나 서총련 간부학생들은 『이러한 방침이 아직은 전대협의 공식 결정사항이 아니며 당국이 평화적인 집회·시위까지 부당하게 막을 경우 언제든 화염병을 다시 들수있다』는 여운을 두고있어 앞으로 화염병시위가 일절 사라지리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대협내 비주류라고 할수있는 PD(민중민주)계열 학생들 대부분은 『백골단 최루탄에 의한 폭력진압과 무분별한 총기사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화염병 등 가능한 물리력을 동원한 「선도적 타격투쟁론」을 포기할 수 없다』며 반발,운동권 내부에 상당한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위양태가 가장 격렬한 것으로 인정돼온 전남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도 잇따라 과격시위 지양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비폭력 시위분위기는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동권 학생들이 시위형태를 바꾸게된것은 우선 지금까지의 투쟁방식에 대한 심각한 회의론 때문.
지난 4월의 명지대생 강경대군 폭행치사 사건이후 수차례 범국민대회를 거치면서 상당한 대중동원에 성공,한때 활기를 띠었던 운동권은 당시의 투쟁이 별다른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채 오히려 정원식총리 폭행사건 등으로 수세국면에 몰리면서부터 투쟁방식에 대한 자체반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발생한 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 사망사건이후 여론의 동향은,운동권에 적지않은 타격을 준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발생당시 강경대군·김귀정양 사건과 맥을 같이하는 시국진통을 겪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여론이 파출소를 기습한 학생들의 시위를 나무라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각 대학집회도 대체로 무산되거나 소수 학생들의 참여만으로 열기를 잃어 더이상 물리적 투쟁방식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 사건은 소수재야인사 학생들만이 참여한 가운데 조기수습됨으로써 시국사건으로 발전되지 않았다.
또 경찰이 여론의 향방에 적절하게 편승,먼저 진압방식을 바꾼것도 운동권에 적지않은 부담이 됐다.
경찰은 최근 파출소 보호망 철거와 함께 시위에 대한 전면대응 방식을 버리고 도리어 교문밖 화염병 시위를 방치함으로써 시민들로 하여금 학생시위를 막도록 하는 양상을 만들어냈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질 표적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구권의 몰락,소련의 공산당 괴멸,남북한 유엔동시가입,부시의 핵무기 철수발표 등 국내외적으로 숱한 악재(?)가 운동권의 소모적인 투쟁방식을 지양하게된 근본적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침체기를 극복하고 내외정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키위해 상당한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운동권의 방향전환은 장기전략이라기 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난국을 돌파하기위한 전술적 선택이란 측면이 강하기는 하나 대내외적 상황변화로 투쟁노선과 목표가 흔들리고 있어 결국은 시위양상은 물론 운동권의 진로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남대희기자>남대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