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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가 된 효심/보신식 목걸려 노모숨져(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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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가 된 효심/보신식 목걸려 노모숨져(등대)

입력
199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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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암을 앓는 칠순노모는 생간을 좋아했다. 가난한 형제는 자주 사드리 못하는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쇠고기 생간을 별식으로 밥상에 올리곤 했다.그러나 노모는 생간이 목에 걸리는 바람에 오히려 일찍 숨져버려 「불효자 형제」를 통곡하게 만들었다.

변압기 수리공인 김성국씨(38·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 155의3)와 공원 학용씨(31) 형제는 2일 서울 한강성심병원 영안실에서 평온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영정앞에 무릎꿇고 앉아 『쇠고기 생간이…』를 되뇌며 울었다.

이들의 어머니 고부남씨(70)는 지난해 5월 서울원자력 병원에서 직장암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보증금 1백50만원에 월 13만원의 단칸 사글세방에서 여섯식구가 함께 사는 김성국씨의 처지에선 수술을 해드릴수가 없었다.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약국에서 지어오는 약을 대기도 어려운 가난을 원망했던 김씨는 4개월 전 자그마한 전기시공업체에 취직했다. 아내 서순자씨(36)도 2개월전 집근처 봉제공장에 다니게돼 조금이나마 주름살을 펼수 있었다.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어야하는 노모의 병세는 쇠고기 생간이 좋았다. 김씨의 어린 두딸과 아들은 「할머니의 약」에 젓가락질을 하지않을만큼 대견스러웠다.

2일밤 노모와 함께 전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았을때 막내동생 학용씨가 쇠고기 2근,생간 2근을 사들고 찾아왔다. 형의 집에서 멀지않은 곳에 방을 얻어사는 학용씨는 어머니를 뵈러 자주 들렀었다.

『꼭꼭 씹어 천천히 잡수세요』라는 두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너희들도 먹어라』하며 생간을 한점 입에 넣자마자 『욱』하고 몸을 웅크렸다가 뒤로 넘어졌다. 바늘로 양쪽 엄지손가락을 땄지만 피한방울 나오지 않았다.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었지만 노모는 이미 숨진뒤였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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