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선언 소·이라크·북한 겨냥”/카자흐공등 핵보유 견제목적/북한 사찰문제 2∼3주가 고비/북한 “핵개발이 군사적 균형수단” 인식/한국,흡수통일등 관련 북쪽 안심시켜야부시 대통령의 핵감축선언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획기적이지만 크게 전향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 소련과 유럽 그리고 미국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본사 원인성 런던특파원은 국제전략과 군축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제럴드·시걸 선임연구원과의 특별인터뷰를 통해 부시선언의 의미와 핵강국들의 반응 및 한반도 관련문제 등을 긴급 진단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지난주 있었던 부시의 핵감축선언은 핵무기의 일방적인 감축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선언은 보다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커다란 진전인가. 그속에 내재된 허구성은 없는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부시의 선언은 주로 미국의회와 몇몇 국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는 소련의 연방해체후 새로운 핵강국이 될 우려가 있는 우크라이나와 카자흐공화국이 포함된다.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애쓰는 이라크와 북한도 부시는 염두에 뒀다고 생각한다. 부시의 선언이 핵의 위협이라는 불안정성을 줄이는데 기여하리라는데는 이의를 달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단거리 핵미사일 등을 철수하겠다면서 항공기와 잠수함에 적재하는 핵무기는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핵위협을 제거한다는 취지에 배치되는가.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부시의 선언을 오해해서는 안된다. 그가 밝힌것은 「핵무기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 핵으로 인한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것이다. 한 예로 부시는 크루즈미사일을 계속 보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적어도 핵으로 인한 긴장과 불안을 줄인다는 점에서 미국의 핵감축은 의미를 지닌다.
부시의 발표에 대해 소련이 어떻게 대응하리라 보는가.
▲소연방은 사실상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고르바초프는 공화국들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있지 못하다. 따라서 우리는 각 공화국들의 대응을 주시해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부시선언은 이들 공화국들을 겨냥한 것이다. 소련핵중 80%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공화국은 당연히 환영할 것이다. 자신이외의 「핵공화국」이 존재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카자흐공화국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들 두 공화국 등 새로운 핵보유국이 등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일방적인 핵감축을 선언했지만 그런 계산이 맞아 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소이외의 주요 핵보유국인 영국 프랑스 중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리라고 보나. 영국은 단거리 지상핵은 폐기하되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적재하는 트라이던트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이다. 영국은 부시의 선언이전에 미국과 협의하고 그 계획에 동의했다. 영국은 미국과 같은 식으로 핵무기를 감축해나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단거리 핵미사일을 곧바로 폐기할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는 핵무기 감축과정에서 의외의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관심은 역시 한국에 배치된 미군의 핵무기가 어떻게 될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이 한반도에 어떤 종류의 핵무기를 얼마나 배치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은 한국에 배치된 랜스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으며 미공군기들도 핵폭탄을 적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문가들의 분석일뿐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한 핵무기들이 곧 철수될 것으로 보나.
▲한반도에 배치된 지상핵은 매우 강력한 것인데 모두 철거될 것이다. 주한 미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핵도 함께 철거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개인적으로는 공군의 핵도 당연히 철거하리라고 믿는다. 한반도에서 분뱅이 발생하더라도 미 본토에서 핵을 싣고 날아오는데는 18시간이면 충분하다. 굳이 북한을 자극하면서 한반도에 핵무기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 개발에 열중하고 있고 내년 1월이면 첫번째 핵무기를 제조하리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대해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는가.
▲국제적 관심이 우르라이나와 카자흐,그리고 이라크에 쏠려있는 동안 북한은 무엇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나 자신도 많은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정보를 철저히 감추고 있어서 그들이 과연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지,어느 단계까지 와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하건대 북한이 핵무기에 관심을 갖고 열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보도처럼 핵무기 제조단계까지 임박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은 적어도 반년 이내에 이라크의 경우처럼 주요 이슈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년이내에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를 심각한 문제인 것만은 사실이다.
부시의 선언에 따른 한반도에서의 핵철수는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북한은 핵사찰의 전제조건으로 미군행핵 철수를 요구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핵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는 정책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핵을 철수시킨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도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정책을 전환하거나 핵개발 노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는가.
▲그럴 가능성은 점치기 어렵다. 북한은 지금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다. 그동안 군사적으로 큰 지주가 돼왔던 소련은 더이상 그들의 우방이 아니다. 중국은 소련의 역할을 대신해줄 만한 능력이 없다. 남한에 비해 군사력도 열세에 놓여있다. 특히 첨단 장비에서는 현격하게 뒤떨어진다.
그런 까닭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남한과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고있다. 핵무기가 없어도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과 확신이 서기 전에는 핵계획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은 그러한 어려움때문에 미국 및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할 절실한 필요를 느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사찰에 응하고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해야 할것으로 보는데.
▲북한은 매우 불안정하고 비상식적인 체제를 갖고 있다. 게다가 과거의 친구(소련)는 배반하고 수십년래의 적(한국)은 경제나 정치 군사 모든 면에서 자신을 압도하는 상황이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국제적인 압력과 고립을 무릅쓰면서도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러한 상식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2∼3주가 중요한 시기가 될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라는 압력이 가중될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줄곧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해왔다. 거기에는 지상전술핵뿐 아니라 공군과 해군의 핵도 포함돼 있다. 미국이 그러한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앞서 말한대로 미국은 남한에서 모든 지상핵을 철수할 것이다. 그것은 시설과 비용 등을 감안할때 유럽보다 빨리,6개월∼1년 사이에 완료될 것이다. 공군과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핵도 철거하리라는게 나의 전망이다. 결국 한반도 주변에는 핵이 존재하지 않게 될것이다. 잠재적인 공격대상 이었던 소련의 위협이 사라진 마당에 북한을 상대로 핵을 배치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의 핵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어떤 정책을 취해야하리라고 보는가.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핵에 의존해온 한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독자적인 「핵정책」은 없다. 그러나 북한을 안심시키는 일이 한국정부가 할 「핵정책」이라고 본다. 북한은 독일식 통일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그러한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있을 총리회담에서 한반도의 핵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런던=원인성특파원>런던=원인성특파원>
◇제럴드·시걸 약력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아시아분과 선임연구원 ▲이스라엘 헤브루대 졸업,런던 스쿨오브 이코노믹스 국제정치학박사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회원 ▲저서:「태평양을 재고한다」 「중국의 국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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