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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가입의 실상과 허상/이천표 서울대교수·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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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가입의 실상과 허상/이천표 서울대교수·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1.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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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UN회원국이 되었다. UN에 가입하고자 했던 지난 40여년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외교적 쾌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UN회원국이 1백60여개국이나 되고 회원국이 아닌 것이 예외인 점을 상기하면 이제 UN회원국이 되었다고 해서 별것이 된것은 아니다. 세계 2위의 조선국이고 세계 12위의 교역국인 우리의 위상에서 보면 우리는 회원국이 되기 이전에 벌써 보통 UN회원국 이상이었기에 UN회원국이 되었다고 별 위계변화가 생길 여지가 없다.UN가입으로 통일의 가능성이 조금 커지게 된것이 소득이겠으나 동시에 회원부담금 등 구체적 비용지불도 커지게 되었다. UN회원국이 됨으로써의 득실은 UN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구이고 그곳에서 우리나라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에 따라 판별될 수 있을 것이다.

UN은 제2차 세계대전후 국제사회의 주요문제에 대해 의결을 하고 필요조치를 취하게끔 조직된 국제구정이다. UN의 주요 의사 결정은 안보리가 하도록 되어 있고,여기에는 거부권을 가지는 5대 상임이사국이 있다. 종국적으로 UN은 이들 5개국이 합의해야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UN창설후 이른바 냉전시대가 전개되어 5대국의 의견일치가 어렵게 되었다. UN은 별 괄목할 만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결과 UN의 주목할만한 결정은 소련의 우연한 결석하에서 이루어진 한국전에의 UN군 파견과 사실상 냉전체제가 끝난 지난 2월의 걸프전에 UN군 파견 정도에 불과하다. 안보리에 의한 유엔 주도체제를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는 총회가 다소 바꾸어 보려고 했던 노력의 산물이 UNCTAD이다. 이 기구는 60년대를 개발 연대로 명명하고 모든 선진국으로 하여금 그들 GNP의 1%를 도발국 경제발전을 위해 공여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애초의 1%는 그후 0.7%로 인하되었고 사후 실적으로 보면 주요 선진국은 0.7% 절반수준인 0.3∼0.7%의 절반수준인 0.3∼0.35%를 공여할 정도였다. UNCTAD와 마찬가지의 성격을 가지는 UNIDO는 2000년에 가서 개도국의 제조업 생산이 전세계 제조업 생산의 25%를 점할 수 있게 하자는 목표아래서 GATT,IMF,IBRD 등이 상정하는 현존 국제경제질서를 대신할 이른바 신국제경제질서(NIEO)를 주창하였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구체적 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NIEO 역시 반향없는 메아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각국은 주권을 가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각국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어떤것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로 이루어진 국제사회에서 모두가 자기 주장만을 한다면 어떤 질서도 도출해낼 수 없겠기에 협의체를 만들거나 기구를 조직하여 몇가지 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고 그것으로써 국제질서를 규정해 보려고 하게된다.

이러한 협의체나 국제기구에서는 회원국이 너무 많아지면 아무런 실질적 결정도 할 수 없다. 어떤 국제기구도 회원국이 너무 많아지면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력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의미있는 협의체의 회원국은 효과적인 토의를 할 수 있는 소수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예가 OECD의 변질과정이다. 원래 유럽 18개국이 48년 발족시킨 이 협의체는 61년에 미국과 캐나다가 참여하고,64년에는 일본,71년에 호주가 참여하면서 선진국의 모임 또는 부자들의 클럽으로 되었다. 그러다가 유럽의 상대적 부국들이 여기에 가입하고 회원국이 26개국으로 늘어나면서 협의는 어려워지고 부자모임의 상징성도 퇴색하게 되었다. 이에따라 70년대의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처하려던 미국의 카터행정부는 서독,일본과 더불어 G3을 형성하여 무력해진 OECD를 대신해 이용하려고 하게되었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G3에 영국과 불란서가 추가되어 G5로 되었으며 G5를 이용하여 85년의 플라자 합의 등 실질적 성과도 올릴 수 있었다. 88년 캐나다모임을 계기로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추가되어 G5는 G7로 되었으며,현재는 이것이 OECD를 능가하는 의사결정 기구로 되어 있다.

최근에는 이런 사정에 다소 변화가 있었다. 국제경제의 가장 실질적인 협의체인 G7에 소련이 참여하였던 기현상이 그것이다. 현재 세계의 초강국은 미국과 소련이다. 이들이 군사 및 비군사의 모든 문제를 사실상 결정하고,그 다음의 강국인 중국,영국,불란서,독일,일본 등이 이들의 결정에 다소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실상을 반영하는 협의체를 생각해 볼때,OECD나 G7은 소련과 중국을 배제하고 있어 부적합하고,UN은 독일과 일본의 힘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않아 부적합하다. 실세에 대응하게끔 UN이 변화하게 되든지 새로운 기구가 나타나든지 할법하다.

이중 어떤 경우가 되든 우리는 세계 주요 10대국에 끼지는 못할 것이다. 나머지 1백50여개 UN 군소국가의 하나가 된다하여 하 등 흥분할 것이 없다. 외교적 쾌사라는 감흥에 사로잡혀 만에 하나라도 근년에 와서야 겨우 중단된 UN에서의 남북한간 소모적 외교전이 재현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우리의 실상에 맞게끔 살아갈 뿐이며 스스로의 실력을 쌓는데 소홀하여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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