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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전시행정/김상우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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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전시행정/김상우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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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2층버스 3대가 서울시내에 운행되고 있다. 교통난 해소에 골치를 썩고있는 서울시가 올가을에 내놓은 대안중 첫 작품인 셈이다. 종일 러시아워 현상으로 버스 기다리는것 자체가 짜증스러운 시민들에게 좌석도 2층 차창도 2층인 이 키다리 2층버스는 괴물처럼 질주하는 일반버스와 달리 전혀 새로운 모양이어서 거리의 명물처럼 보인다.이 때문에 서울시의 교통관계자들은 2층버스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내년 3월까지의 시험운행 기간동안 무사히 잘 달려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된 2층버스는 독일 네오플랜사와 영국의 네이랜드사 제품으로 관세를 포함한 대당 수입가격이 국산버스(대당 4천만∼5천만원) 보다 6배나 되는 2억8천만∼3억2천여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다.

이에비해 승차정원은 90명으로 좌석버스(45명)의 2배에 불과하고 도시형버스(86명)와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수송효율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기만 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서울의 도로여건이 2층버스를 운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노면상태가 고르지 못한데다 경사가 심해 무게중심이 일반버스보다 위에 있는 2층버스는 실제전복될 위험성은 차치하고 경사 심한 길,급커브길,파손이 심한 노면을 달릴때 불안스럽다.

또 교통표지판 육교 지하차도의 높이가 설계기준은 4m50㎝이지만 계속된 덧씌우기로 실제로는 4m도 안되는곳이 많아 높이가 4m에서 4m20㎝되는 2층버스를 확대투입하려면 도로면을 모조리 깎아 내든지 도로 시설물을 다시 만드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아는 서울시는 이미 2층버스 시험운행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사당동과 서울대공원을 운행하는 관광용으로 활용한다는 「원대한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시교통행정의 전시위주성과 즉흥성을 잘 대변한다.

시험운행 이틀째인 1일 상오 시청앞 버스정류장에는 2층버스 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밑둥 만큼 굵은 은행나무 가로수의 곁가지가 마구 잘려나가는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가로수 아래는 서울시가 설치한 버스노선 안내기 2대가 모두 고장이난채 코카콜라 광고만 요란했다.

불보듯 뻔한 결과를 예상하면서 값비싼 외제차를 수입,교통난을 완화해 보겠다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발상이 고장난 버스노선 안내기 같아 보여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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