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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된 구태/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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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된 구태/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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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위의 건설부 국정감사가 열린 1일 상오 과천 정부 제2종합청사. 민주당이 국정감사를 거부한지 이틀째인 이날 감사장의 모습은 한쪽 구석의 의자 5개가 휑하니 비어있는 것만 제외하곤 여느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바람에 의원수가 평소보다 더많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의원 총회를 기다리느라 회의시작후 곧바로 정회했다가 속개된 회의에서는 「총무지시」라고 쓰인 쪽지가 여당의원들 사이에 돌고 있었다. 『여당만이라도 진지한 모습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해주십시오』원내총무의 부탁성 지시에 화답이라도 하듯 의원들은 업무보고 도중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댔다. 위원장이 업무보고 도중이라는 점을 들어 질문은 자제해주도록 요청할 정도였다. 민주당 불참의 주원인이된 정태수 전한보그룹 회장의 수서사건과 관계가 깊은 건설위로서는 더욱 진지한 감사모습을 국민들에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무랄데 없는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감은 왠지 맥빠진 분위기였다. 날카로운 질문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변죽만 울리는 체면치레가 많았다. 건설부 관계자들도 한결 느긋한 모습이었다.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여당의원수는 전체 15명중 5∼6명으로 줄어들었고 한의원이 위원장에게 『점심이나 먹고 합시다』고 소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정부의 비정을 파헤치겠다고 나선 국정감사인지 정부·여당의 오순도순 한 당정회의인지 분간키 어려웠다.

맥빠진 감사가 될줄 번연히 알면서도 정치공세를 펴기위해 불참을 결정한 야당이나 들어오기 싫으면 말라는 식으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어당이나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를 하고있는 볼썽 사나운 현장이었다.

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증인채택을 고리삼아 막바지에 가서 구태를 재연하는 야당의 모습은 새로운 국화상에 목말라하는 국민의 기대를 다시한번 저버렸다고 볼수밖에 없다.

증인채택 문제하나에도 신축성을 보이지 못하는 여당의 정치력 부족도 새삼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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