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중단됐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회가 정말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하는 생각이 절실해 진다. 국회가 뭘하고 있는지 일의 표적이 나타나고 있지않다. 이번 국정감사만해도 그렇다. 예전처럼 골프장 허가남발 및 그 폐해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일과성의 백화점식 질문만을 던져 놓고 그만이다.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에 보도되는 것으로 질문의 목적은 끝나는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맥빠진 국감이라는 힐난속에 국감무용론까지 나왔다. 국정감사는 감사의 부실 또는 형식성 등으로 과거부터 으레 명예스럽지 못한 뒷소문이 따랐던것이 관행이었다. 민초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여·야를 초월해서 국정감사에 엄정해야 하는것은 말할것도 없다.국정감사도 중요하지만 국회가 역점을 둬야하는 것은 예삼심의다. 예산에 계상된 국민의 담세율이 적정한가. 세출의 세목과 책정된 금액이 적절한가. 세입과 세출을 정밀하게 분석,검토하고 타당성을 판정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는 예산심의가 다분히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여야 합의로 근로소득자의 면세점을 약간 올려놓고는 예산안을 정부원안대로 통과시켜왔다. 우리나라 행정부처럼 예산안 통과를 누워 떡먹기 식으로 쉽게 받아내는 나라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가 여소야대의 6공초기를 제외하고는 전통적으로 「행정의 시녀」 노릇밖에 해오지 않았다. 국회가 이래가지고서는 민주주의가 정착할수 없다. 여당이라고 항상 정부와 일체화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무력화 할수록 행정부로서는 편리하다. 국정의 능률이 향상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행정이 독주하게되고 권위주의가 다시 찾아 올수도 있는것이다. 3,5공 아래에서는 권위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국회를 무력화내지는 장식물로 전락 시켜버렸다. 이제는 국회가 이유야 어떻든 스스로 무력화나 비능률화를 자초,국민의 신뢰를 상실함으로써 민주화의 정착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 국회가 제노릇을 하지못하면 민주정치를 한다해도 사이비다. 국회가 교과서적인 기능을 하자면 여야 지도자가 다같이 대권정치와 권위주의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정당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성숙,능력 있는자를 선택할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가 스스로의 기능을 제고하고 입법능력 등 노하우를 향상시켜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국회조직과 인력으로는 정치적제약이 없더라도 예산심의,법률안 제안,행정부감사 등의 고유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돼 있다. 미국의회와 비교하면 글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미국은 우리식의 국정감사가 없다. 대신 심계처(GAO)를 통해 매년 예산집행에 대한 회계감사를 한다. 직원만도 5천여명이다. 가장 엄격한 실사감사로 정평나 있다. 독자적인 예산평가 기관인 의회예산실(CBO)이 있다. 유능한 전문인력으로 채워진 CBO는 예산과 관련,중요문제에 독자적인 전망을 한다. 권위가 있다. 또한 기술평가실(OTS)이 있다. 이밖에 위원회와 개인의원별로 방대한 스태프들이 있다. 그수가 약 2만5천여명이다.
스태프들이 사실상 의회를 움직인다고 해서 「그림자 정부」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에 비하면 우리국회는 「기능의 황무지」다.
전문기구가 없다. 각 상임위별로 차관급 전문위원 1명이 있고 그 밑에 심의관(이사관) 1명,4·5급 입법조사관 4·5명을 두고있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의회공무원의 신분이므로 정부와 대립되는 의견이 개진되기가 어렵다. 개인의원 별로 서기관,사무관급 각 1명의 보좌관들을 배정받으나 이들은 개인 참모들이다. 국회도서관의 입법자료 분석관실이 다소 활발하나 한계가 많다. 우리 국회가 계속 민주주의의 장식용으로만 남아있어야 하는가. 우선 국회 스스로 자구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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