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시각/독·영선 적극 환영… 비핵화엔 부정적 반응/EC·나토등 새 안보논의 가속화 전망【파리=김영환특파원】 유럽은 부시 미대통령의 핵감축 선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미국과 소련의 비핵화가 허황된 꿈이듯이 유럽의 비핵화도 역시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시의 일방적 핵감축에 대한 반응은 국가마다 다르다.
2차대전의 패전국으로 현재 핵무기가 없는 독일은 이를 가장 먼저 환영했다. 부시의 선언은 우선 주독미군의 핵무기 제거를 의미하는데 평화운동가들은 이를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
영국은 미국의 제의를 적극 지지한다는 취지에서 11월 나토정상회담때 발표키로 예정했던 주독 영국군의 단거리 핵미사일 철거를 앞당겨 발표했다. 또 영국해군도 미국처럼 핵무기를 항시 적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톰·킹 국방장관은 영국 핵잠수함의 폴라리스 미사일을 다탄두 트라이 던트로 바꾸는 계획은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또 최소한의 핵억지력은 유지한다는 입장에서 토네이도 핵탑재의 전술핵을 대체하는 계획도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
부시의 선언에 대해 가장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아마도 나토밖에서 독자핵으로 방위정책을 추구해온 프랑스 일것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28일 부시의 선언에 대해 『우리는 좋은 길로 들어섰지만 프랑스는 소련과 미국의 대폭적인 핵무기 감축으로 프랑스 보유 핵무기가 이들과 비교할만한 수준에 이른 뒤에야 핵군사력 파괴에 가담할것』이라고 선언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또 미소는 현재 수천개의 탄두를 보유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단지 수백개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나는 미소에게 좀더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피에르·족스국방장관도 프랑스는 그렇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소의 핵기득권이 괄목할만한 양적삭감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절대우위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프랑스는 자국의 핵감축 논의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즉 부시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83년이래의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독자적인 핵감축 계획을 세워놓았으며 이를 실행중에 있다. 이미 S45전략미사일 계획을 포기했다. 또 지난 8월엔 미테랑 대통령이 사정거리 5백㎞미만으로 잠재적 목표물인 독일인들로부터 비난받아온 아데스 미사일을 당초 1백20기 생산계획에서 30기로 줄이는 한편 이를 배치하지 않고 저장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불·독의 긴밀한 EC통합 추진 등을 위해 아데스 미사일 계획을 완전히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일부 서구언론의 지적도 있지만 아데스의 유일한 「과오」는 사정거리가 짧은 것 뿐이란 반론도 있다.
미테랑 대통령은 아울러 불안해진 소련의 핵무기 통제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소·영·불 등 유럽4개 핵강국의 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해당국들로부터 승낙을 얻어놓은 상태다.
결국 부시 미대통령의 핵감축선언은 유럽대륙의 부분적 비핵화로 미국의 전략이 바뀌었음을 의미하며 유럽인들에게는 미국의 핵우산 없이 살아야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미국의 군대와 유럽 방위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는 예기다.
미국은 바르샤바기구 해체에도 불구하고 기존 서방방위 조직과 미국의 유럽내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미국은 86년 고르바초프가 제의한 세계의 비핵화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소련이 핵군비경쟁 게임에서 패배하고 이에따라 소련의 핵위협이 사라지게 되자 자신의 세계적 주도권을 전혀 손상하지 않은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큰 제스처를 쓴 것일 뿐이라는 것이 프랑스 언론의 분석이다.
결국 유럽방위 논의의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프랑스로서는 핵억지력이 교리에 지탱되지 않는,다시말해 핵무기가 중심이 되지않을 유럽방위체제의 구축이 가속화 되리라는 것을 상정해야 한다고 언론은 지적한다.
특히 발칸(유고)의 위기에서 보듯 핵이 없다고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건 아니라는 현실은 EC나 서유럽동맹(WEU)의 역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되고있다. 부시의 선언은 한달뒤에 있을 나토정상회담이나 12월 네덜란드에서의 EC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유럽안보질서 논의를 가속화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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