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지키기 외길 37년/52년 12기로 입교,33년째 전기·전자공학 강의/군사상 첫 환갑현역 기록도환갑의 대령이 군복차림으로 마지막 맞는 국군의 날은 감회가 새롭다. 육사생도들과 평생을 함께 해온 「할아버지 교수」 박진옥대령(61·육사교수부 전자공학과)은 43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한길로 지켜온 군인의 삶을 조용히 정리하고 있다.
지난 20일 현역재직중 처음으로 환갑을 맞은 최고참자라는 기록을 세웠던 박 대령은 10월26일 정든 육사교정에서 정년퇴역식을 가질 예정이다.
56년 6월 소위로 임관했던 육사 12기 동기들이 총장 장성 등을 역임한 뒤 모두 현역에서 물러나고 이제는 후배들이 군을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박 대령은 만년대령으로 자족해왔다.
육사에서 33년째 전기·전자공학 강의를 맡고 있는 박 대령은 6·25 발발직후인 50년 8월 피란지 대구에서 국민방위군(사병)으로 입대했다가 52년 7월 당시 진해에 있던 육사에 12기(정규 4년제 2기)로 입교했다. 소위 임관후에도 2년여간의 수도사단공병대대 근무,미 공병학교교육 등을 마치고 58년 12월 전기공학과 강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줄곧 육사의 강단에 서왔다.
지난 74년 대령으로 진급,지금껏 「무궁화 세개」를 천직처럼 17년째 지켜오는 동안 동기생중 참모총장을 비롯,4성장군 3명(박희도·박준병·안필준)을 배출한 12기는 이제 모두 은퇴,3기 후배가 육군참모총장(이진삼대장·15기)으로 육군을 이끌고 있다.
박 대령은 11월초 40년 군생활을 맞는 현역 최고참장성인 정호근 합참의장(58·갑종 5기) 보다 사병경력까지 합치면 1년3개월이 더 길다.
대령의 계급정년은 53세지만 교수정년은 60세여서 교수로 정년까지 재직했다.
지난 20일 육사회관에서 5백여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할때 박 대령이 종을 쳐 자신의 60회 생일을 알리며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돌려 육군사상 첫 「환갑현역」 탄생을 안 교수·직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축하해 주었다.
박 대령은 30일 하오 4학년 생도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한켠 교수실에서 여름군복을 깨끗이 세탁,보관했다. 10월이면 복장이 동복으로 바뀌어 이제 여름옷은 더이상 입지않기 때문이다.
생도생활 4년,육사교수 부생활 33년 등 37년을 육사생도의 요람 화랑대에서 산 박 대령은 『아직도 인생의 3분의 2를 보낸 「마음의 고향」을 떠나게 된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박 대령과 같은 전자공학과 교수로 육사 38기 생도시설 박 대령에게 배우기도했던 최영윤소령(36)은 『박 교수는 생도들을 끄는 마력같은 힘을 가져 졸업후 후배장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승』이라고 말했다.
사관학교 졸업후 일선 소대장·중대장이된 장교들이 결혼날자를 잡아놓고 급히 불러 주례를 선적도 40여회에 이른다.
30일 하오 박 교수의 강의를 받던 임강규 4학년 생도(22·48기)는 『박 교수의 강의는 구수한 할아버지와 마주하고 있는것 같아 부담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후배생도·장교들과 우리사회 젊은이들에게 『실천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만큼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전기학회 종신회원·전자공학회 부회장이기도한 박 대령은 3남1녀중 세아들을 의사·군인(육사 43기 졸·대위)·공학도(고려대 금속공학과 대학원 2년차)로 훌륭하게 키웠고 딸도 이화여대를 졸업,의사와 결혼한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육사의 동료교수와 직원,생도들은 박 대령이 퇴역후에도 육사의 첫 명예교수로 남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안재현기자>안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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