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관계성숙,민생문제등 관심/군축·핵문제등 남북간 직접대좌 해결의 실마리남북한 유엔가입 절차는 모두 끝났지만 유엔가입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이다. 유엔가입은 냉전시대의 마지막유산인 한반도의 분단해소와 통일을 지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면서 92년의 잇단 대사를 앞두고 내연하고 있는 국내정치에도 새로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을 두고 어떤 학자는 「남북간접수교」라고 표현했다. 이는 유엔가입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국가요건인 정부와 국민 영토를 가진 사실상 국가였던 남북한이 대외적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2개의 국가실체로서 인정받았다는 측변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서로 「민족내부의 특수관계」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는 말이다.
하지만 유엔가입이 남북간의 직접적인 합의의 토대위에서 이뤄지지 못했다는 엄연한 사실은 유엔가입을 남북관계 발전으로 직결시키는데 있어 제약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엔동시 가입은 분단 46이래 가장 의미있는 남북관계 변화의 예고와 조짐으로써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주한미군 전술 핵철수까지 예정돼있어 한반도정세는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기존의 틀을 크게 변형시켜 나갈 것이 틀림없다.
유엔가입은 우선 한반도 문제해결의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비록 이같은 현실인식이 자칫 한반도문제를 현상타파(통일) 보다는 현상유지(분단)쪽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서로가 접촉해야만 현상타파의 기회를 열수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속도조절의 열쇠는 한반도 핵문제이다. 남북모두 핵문제해결에 대한 압박을 받고있는 시점에서 미국의 돌연한 핵철수 발표는 양쪽 모두에게 「부담의 고리」를 끊어준 결과가 됐다.
핵문제의 진전이후 한반도문제는 보다 절실한 민족적 과제인 통일문제쪽으로 집약돼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 리트머스시험지는 10월하순의 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된다.
○…유엔가입은 분단의 한계상황에 부딪쳐야만 했던 국내정치환경의 개선은 물론 14대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국전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유엔총회연설을 하고 이를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가 나란히 경청하는 모습이 말해주고 있는 「화해와 동반의 상징성」은 결코 작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은 유엔가입이 국내정치에 미칠 영향을 크게 4가지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국토분단과 체제대립이 강요하다시피했던 정치의 소모적 대립을 지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안보논리에 편승한 현상유지 주장과 민주화의 구호아래 대안제시에 미흡했던 과거의 정치행태가 성숙성의 터전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둘째는 논리차원이 아닌 현실적 문제가 되어 각 정당에 자기 목소리를 요구할 것이며 이와함께 민생과 경제문제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현안들에 대한 중요성이 커져 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셋째는 분단극복으로 가고있는 시대적 조류와 괴리가 있는게 분명한 여러제도와 장치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밖에 없다.
넷째는 정치가 낙후성을 벗어나 성숙을 지향할 경우 우리정치의 고질적 병폐중 하나였던 예측 불가능성과 우연성이 교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조세형의원(민주)은 『냉전의 분단논리가 설정했던 불필요한 제약요건들이 제거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황병태의원(민자)도 『정치권에 걸린 부하가 대폭 경감돼 정치가 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고 얘기한다.
유엔가입이 국내정치에 긍정적 요인이 된다는덴 견해가 일치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극대화시켜내느냐는 결국 정치인들,특히 정치지도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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