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세금은 내도 바보,안내도 바보」라는 묘한 말이 있지만 우선 세금 뜯기고 좋아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지난 추석에 상여금을 받고 분통을 터트린 일을 떠올리면 실감이 날 것이다. 이 기사를 쓰는 기자도 상여금의 한부분이 뭉텅 잘려나가 씁쓸한 맛을 보았다.세금은 숙명이라고도 한다. 땅속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져 넘치는 오일달러 덕택에 소득세가 없는 쿠웨이트·카타르 같은 나라로 이민이라도 가지 않는 한 「세금귀신」은 피할 수 없는 것(이를 피하는 재주좋은 사람도 있다지만)으로 돼있다. 이 때문에 세금에 얽힌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데,세금은 살아 있을때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어느 기간까지는 따라 다니는 무서운 귀신으로 기회만 있으면 그 실력을 발휘한다.
노르웨이의 해운왕 횔마·렉스틴에게 어느해 소득의 5배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돼 중과세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일이 있다.
노르웨이는 최고세율을 소득의 80%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74년부터 이 규정을 없애버렸다. 이때부터 내로라하는 부자들에게 소득의 1백%이상의 세금이 부과되는 일이 눈에 띄게됐다.
사회보장 제도가 잘 마련된 복지국가다운 화제다. 그후 몇년이 지났는데도 그 많은 세금을 때려 맞은 부자들이 알거지가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단순히 말하면 정부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를 보면 「세금과 기름은 쥐어짜면 나오게 마련이다」는 옛이야기가 틀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위정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눈딱감고 갈퀴의 발을 촘촘히 마련하는 지도 모른다.
내년엔 또 세금부담이 많아진다고 한다. 「세금귀신」의 식욕이 왕성해진 모양이다. 국민 한사람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내년에는 1백만원대를 넘어선 1백1만8천원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 1인당 세금부담액은 5년전부터 신나게 계단을 달려 올라왔다. 87년의 44만6천원에서 88년 53만8천원 89년 61만8천원 90년 76만3천원 91년 89만3천원에 이어 내년엔 90만원대를 건너 뛰어 1백만원선을 간단히 넘어 올라섰다. 그 인상률은 자그마치 14%라고 한다.
바로 두자리 숫자다. 전체 예산안 33조5천50억원도 91년도 본예산과 비교하면 무려 24.2%나 부풀어난 것이다. 그처럼 임금인상은 한자리 숫자로 하라고 채근한 정부가 국민의 담세율과 예산안은 두자리 숫자로 올려 마련해 놓았다. 이번 예산안을 물가 등 상서롭지 못한 경제여건과 내년의 선거와 연관시켜 생각하면 국민을 위한 예산인지,선거를 위한 것인지 알수가 없다.
나라살림을 꾸려나가자면 돈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 마련해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 노르웨이처럼 담세능력 있는 사람에게 많이 거두어 올바로 쓴다면 더이상 할말이 없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불공평 과세감에다 월급장이들의 중세감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주위에서 월급장이보다 세금은 적게 내면서 호화생활을 하는 사람을 본다. 여기에 정부까지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는 인상을 가질 때가 많다. 무역적자는 늘어만 가는 상황에서 소련 및 동구와 외교관계를 맺을 때마다 펑펑 선심을 써야하는 것인지,그리고 유엔에 가입했다고 그 많은 예산을 쓰면서 많은 사람이 몰려가 법석을 떨어야 하는지 아쉬움이 많다.
세금징수나 예산집행은 언제나 국민이 납득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고려나 조선조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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