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의 종권다툼이 세속의 정파싸움을 닮아가기라도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법파인 조계종이 끝내 주류와 비주류로 갈려 한 종파가 두집 살림을 차려야 하는 최악의 분가상태에 이르렀다.현재의 총무원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는 조계종 증흥회 등은 경남 통도사에서 따로 승려대회를 열어 채벽암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선임하고 수원 용주사에 별도의 총무원을 설치키로 하였다. 말이 분가이지 이제부터 종권대결은 감정의 진지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분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계종의 이번 내분사태는 종정 추대문제에서 비롯 되었으나,지난 9개월 동안에 종권을 둘러싼 감정의 격화로 싸움이 악화하고 격돌의 상황으로 몰린것으로 볼수 있다. 분종상황에까지 이른 이유는 표면상 개정 종헌과 종법의 해석 차이 때문인것 같으나 실은 종권에 눈독을 들인 분파욕임을 숨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분 수습을 위하여 문화부가 양쪽에 대화합을 종용하고,뜻 있는 스님들이 타협을 모색했으나 대화를 통한 해결은 종교적인 의미나 불심의 차이보다 인맥대결의 양상이 농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덕숭문중」과 「범어문중」의 갈등이 노골화된 것이 아니냐는 공론이 불교내부에도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대처가 아닌 은처승이라는 도덕성의 문제까지 제기되어 사태는 더욱 어지러워졌다. 서의현 총무원장에 대한 신상공격은 불자들만이 아니라 불교와 무관한 일반인들에게도 충격을 던졌음을 상기해 볼만하다. 이것을 두고 인신공격이다 아니다 하는 공방 자체가 불교에 큰 피해와 상처를 입혔다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수행구도가 본연인 불교는 무욕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탈속과 탈욕의 표리관계에 있다곤 본다. 고행을 자청,수도의 길에 들어선 수행자인 스님들이 세속의 아귀다툼을 재연함은 자기 부정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작태로 어떻게 감히 중생을 제도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설혹 분파작용을 일으키고 싸우는 이유와 명분이 뚜렷하다 하여도,그것을 오히려 억제함이 스님의 본분임을 망각하고 있음이 심히 유감스럽다. 진심의 불자들을 좌절케 할뿐 아니라 외부인에게 냉소를 짓게한 갈등과 싸움이 어디 한두번이었는가 깊이 자성해 볼만 하다.
조계종의 분종사태는 오는 11월에 열릴 결산총회에서 정통성 확보를 놓고 다시한번 대결의 마당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지금 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조계종의 내분수습은 싸우는 승려가 물러나고 깨끗한 수도승이 나서는 고행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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