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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관광 국감/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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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관광 국감/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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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상오 10시. 자카르타시 가롯 수부로토가의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현관앞에 김재춘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이 긴장된 얼굴로 도열해 있었다.국회 외무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외공관 국정감사팀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전날 하오에 도착한 신상무의원을 단장으로한 의원 5명이 공관용 벤츠에 나눠타고 대사관에 도착했다. 2층 회의실로 안내된 책상위에는 공관원들이 일주일여동안 밤새워 준비한 국감자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 가까이 대사관 업무에 관한 현황 브리핑이 진행된뒤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한 마당에 우리의 대북한 외교도 지금까지의 대립적 자세에서 동반적 관계로 전환되어야 하는게 아니냐』 『대사관 직원들의 자녀교육비 부담이 크다는데 실상이 어떠한가』 『대사관저 위치가 좋지 않다는데 이전계획이 있는가』 등등 서너가지 질문이 있은뒤 점심시간을 넘기자 의원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원들이 도착해서 떠날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모두 2시간45분. 그러나 브리핑과 휴식시간을 빼면 실제 국감 시간은 1시간도 채 안됐다.

그나마 나온 몇가지 질문도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치는 내용이었다. 의원들은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특수한 외교업무나 당연히 국감의 핵심과제가 될것으로 기대했던 한국 진출업체의 갖가지 어려움,그리고 영사업무 등은 언급조차하지 않은채 외무위 국감에서나 따져야할 외교정책 문제나 대사관 자체의 고충에 대한 변죽만을 울렸을 뿐이다.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우리 해외공관중 열손가락 안에 든 아세안·비동맹 외교의 주요거점이며 최근 한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주요 해외공관이다.

한국진출 업체만도 2백26개에다가,투자규모가 20억달러를 넘고 교민수도 5천여명에 이른다. 한국투자 업체들은 투자환경에 대한 무지나 노사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사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국감팀은 이런 상황을 외면한채 해외나들이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의원들은 사실상 1시간 남짓한 국감이 끝난뒤 다음 행선지인 호주로 떠날때까지 2박3일간의 자유시간을 만끽했다. 26일 일부의원은 대사와 함께 골프를 치는 스케줄을 세웠다가 날씨가 더워지자 관광을 즐겼다.

『아무런 문제없이 국감을 잘 끝냈다』는 대사관측의 밝은 표정과 국감명목으로 관광을 즐기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해외국감」의 가치는 실종되고 있었다.<자카르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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