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하던 유엔축제도 노태우대통령의 총회연설을 절정으로 끝난 것 같다. 노 대통령은 다음 방문국인 멕시코로 향해 떠나고 김영삼 민자당 대표 등 경축사절단은 귀국길에 올랐으며 김대중 민주당공동대표는 유럽을 순방키 위해 폴란드로 떠났다.남북한의 동시가입을 축하하기 위해 현지에 갔던 사람들이나 국내에서 매스컴을 통해 현지 활동을 보고 들은 국민들에게는 지금이 불꺼진 유엔축제를 조용히 되돌아 보는 시간이다. 17일 유엔총회에서 남북한의 가입안이 만장의 박수를 받으며 통과될때의 장면부터 되새겨본다. 43년 가까이 피멍처럼 맺혀온 한국외교의 한이 풀리는 순간의 감격은 대단했다. 24일 유엔총회에서 신입 회원국의 국가원수로서 만장의 환영을 받은 노 대통령의 연설 또한 감동적이었다. 국내정치 무대에서 언제나 라이벌이었던 두 김씨가 나란히 앉아 노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이날의 감동을 더 해주고도 남았다.
이날 양김씨가 여야의 정당대표로서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는 모습은 국내의 광복절 행사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 사람들이 모인 외교행사에서는 여야가 동석할 수 있는데 한국인들 모임에서는 왜 따로 떨어져서 놀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그렇고 그렇다치더라도 외국에서 열린 교민행사에서까지 굳이 여야가 동참할 수 없는 사정이 무엇일까.
그 동안의 보도에 의하면 김대중 공동대표는 노 대통령을 위한 교민환영연에는 가지않고 별도의 교민 환영행사에 참석했고,노창희 주유엔대사 주최 경축연에 잠깐 얼굴을 보인뒤 별도의 교민 리셉션에 참석했으며,노 대통령 주최 경축 오찬을 마다하고 그 시간에 미국 인권운동가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했는지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독자적인 행동은 지역정당이 아닌 전국적인 통합야당의 이미지를 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주었다. 키신저나 솔라즈와 같은 미국의 저명인사들을 만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강연하는 것과 같은 독자행동은 훌륭한 정당의 외교활동으로서 얼마든지 환영할만한 일이다.
외교도 그만큼 성장했으면 정치도 이젠 좀 성숙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은 외교무대이지 국내정치 무대는 아니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김 대표의 독자적인 일정을 현지의 공관에서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얘기들이 유엔축제 주변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는 창피한 일이다. 다른 유엔회원국들 보기에도 민망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유엔축제중 웃지못할 소극은 뉴욕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벌어졌다. 노 대통령이 김영삼 민자당대표를 조지·부시 미국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두고 저마다 논평과 해석을 곁들이는 모습은 정말 유치했다. 민자당내의 민주계는 우쭐대고 민정계는 「확대해석 하지말라」고 견제하는가 하면 공화계는 「그걸 가지고 떠드는것 자체가 사대주의」라고 비꼬았다.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사대주의」라고 쏘아 붙였다. 미국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것이 곧 후계자 결정에 큰 단서라도 되는양 정파끼리 왈가왈부하는 광경을 보고 부시대통령 자신은 무얼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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