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작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무리하게 과도한 군사력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은 세계전사상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의 자의에 의해서 이 일이 이루어져온 것은 아니다. 2차대전의 승전국간에 있었던 인위적인 구획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것을 시발로 해 「한국동란」이라는 대리 전쟁을 통해 대결구도가 심화,고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을 첨예하게 맞서게 했던 냉전구조가 소련과 동구권의 와해로 인해 붕괴됨에 따라 대리전쟁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국방부가 마련하고 있는 신국방전략은 말하자면 우리나라 독자의 새로운 전방위전략 개념을 기조로 하고 있다. 기존의 남북대결이 평화공존으로 전환돼 통일에 이르게 된다고 볼때 통일 이후의 국가방위를 염두에 둔것이라 할수 있다. 따라서 통일한국이 부딪치게될 외세즉 미·소·중·일 등 주변 4강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구조를 지금부터 잡아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전통적인 우방국가인 미국과의 기존 군사협조관계를 유지해가면서 새로운 군사대국으로 부상할 것이 예상되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을 구상하는 것 등이 주요내용이 될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신국방전략은 걸프전쟁 이후 양상이 바뀐 전쟁개념에 따라 병력수가 전력이라던 종래의 사고방식에서 탈피,군사기술의 첨단화를 통해 소수병력을 정예화한다는 장기구상을 포함하고 있다. 군사 4강의 첨단무기체제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할 것이 확실한만큼 우리가 이에 대비하는 자세를 지금부터 정립해 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준비라 할만하다.
남북한이 자체인구의 1.5%내지 2% 이상의 청장년을 군병력에 투입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사실상 비효율적 인력낭비라고 할수밖에 없다. 북측의 경우는 차치하고 우리측만 보더라도 4천만 인구에서 60만 병력을 53년 휴전후 38년간 유지해온 코스트를 생각하면 신방위전략의 등장이 너무 늦었다는 감이 든다.
노태우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남북의 군비감축을 제안했다. 중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남과 북이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단기 계획으로써 군비축소는 뭐니뭐니해도 병력수를 가시적으로 줄이는 일이다.
그동안 남북은 너무많은 인력을 너무 오랫동안 상호대치에 동원,대기시킴으로써 국력소모가 많았다. 이제 동원인력의 적정선을 찾을때임을 느끼고 실천할때가 왔다. 남북이 군비감축의 제1보에서 우선 공통된 보조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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