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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불씨 서구로 비화 우려/휴전·교전 피의 악순환 「유고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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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불씨 서구로 비화 우려/휴전·교전 피의 악순환 「유고사태」

입력
199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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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자체수습은 난망/유럽국도 파병싸고 입장차/WEU 유엔군 파병촉구 결의안에 한가닥 기대「발칸의 시한폭탄」인 유고내전이 발발한지 석달이 다되도록 해법을 찾지못하고 「핏빛 미로」를 헤매고 있다.

주요 분쟁주체인 유고연방군과 크로아티아 공화국이 22일 휴전에 합의,평화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외양을 갖추었으나 그 어느누구도 휴전이 준수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유고사태 발발이후 수차례의 휴전합의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는데다 지난 17일 EC중재로 마련된 휴전은 휴전문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양측의 교전으로 깨졌기 때문이다.

잇따른 휴전과 교전을 오가면서 사상자가 갈수록 급증,연방군 주축인 세르비아와 탈연방의 기수인 크로아티아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다. 더구나 독일·프랑스 등이 유고에 파병을 적극 고려하고 유엔군 파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유고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어 유고내전이 국제분규로 비화될 우려까지 생기고 있다.

유고내전이 이처럼 분열의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전 당사자인 탈연방공화국과 세르비아공화국이 기존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력,명분,국제지원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때 어느 한 세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못한 점도 내전 장기화의 한 요인이 되고있다.

이와함께 유고연방 정부가 사실상 무력화돼 연방장래를 그릴 주체가 없다는 사실도 큰 문제다. 연방의 공식적 최고기관인 연방간부회는 지난 1일 EC의 휴전중재안을 논의한 이후 단 한차례도 소집되지 않을 정도로 개점휴업 상태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스티페·메시치가 연방간부회 의장을 맡고있으나 세르비아,보이보디나,몬테네그로 공화국과 코소보자치주의 간부회 대표들이 메시치의 입김에 전혀 영향을 받고있지 않다.

연방정부 권력구조가 이처럼 파행적이기 때문에 헌법상 군통수권을 가진 연방간부회가 연방군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연방고수와 대세르비아주의자들이 주축을 이룬 연방군은 『메시치의장은 연방을 와해시키는 분열주의자이다』고 비난하면서 크로아티아공에 대한 독자적인 작전 및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메시치의장은 이같은 연방군의 행태가 사실상 군사 쿠데타라고 지적하면서,연방군 철수를 수차례 지시하고 유엔평화 유지군 파견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메시치의 지시가 다분히 크로아티아 보호에 기울어져 있고 간부회의 승인을 받지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법적효력이나 명분이 없다.

이에따라 유고공화국들간의 자체수습을 기대하던 유럽 제국들도 더 이상 방관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유럽회의 총회가 21일 유엔군 파견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접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즉 유고사태를 방치할 경우 발칸지역의 영토 및 인종분쟁을 촉발시켜 유럽전체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유럽 각국들은 유고내전 해결의 시급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수 있다.

특히 그동안 EC가 취해온 휴전중재나 휴전감시단 파견 등의 「거간꾼」 역할만으로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수 없었기 때문에 군대파견이라는 실력과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유력해지고 있다. 유럽의 실세인 독일과 프랑스가 파병을 적극 제기하고 영국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유고내전에 대한 유럽 여론의 추가 파병으로 기울어지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유고 인접국들은 파병이 자칫 국제전을 야기하고 국제전의 화가 자신들에게 가장 많이 떨어질것을 우려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이한 입장차이 때문에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서유럽동맹(WEU) 9개국 외무장관 회담은 파병문제를 결론지으리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열리지도 못했다. WEU마저 이견으로 행동통일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규모가 큰 EC나 유럽안보협력회의 역시 군사행동에 대한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유럽안보를 담당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미국 주도의 안보체제인 만큼 프랑스 등 유럽질서의 주체적 대응을 주창하는 국가들의 탐탁지않은 반응으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처럼 유럽각국의 이해상충으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WEU는 유엔군 파병촉구 결의안을 채택,유고문제를 유럽차원의 논의에서 유엔차원으로 넘겼다고 볼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고의 휴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 3만∼4만의 유엔군 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쟁민족간의 뿌리깊은 갈등이 국제력에 의해 쉽사리 진정되리라고 기대하는 관측은 드물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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