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표·어음법 「발행지」 기재 조항/억울한 피해자만 만든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표·어음법 「발행지」 기재 조항/억울한 피해자만 만든다

입력
1991.09.24 00:00
0 0

◎평상시엔 누락이 오히려 관행/사고로 소송땐 소지자가 패소/“필요적 기재사항서 제외해야” 주장/서울지법 남부지원 박종연판사 논문발표수표와 어음에 발행지를 기재토록 한 낡은 법규정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통상의 거래에서는 발행지가 기재되지 않은 수표·어음이라도 아무 문제없이 유통되지만 부도·분실 등으로 금융기관이 지급을 거절해 소송이 제기될 경우 이같은 수표의 소지자는 패소할 수 밖에 없게 돼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4단독 박종연판사는 최근 발표한 「발행지기재 누락 등 약속어음·수표소지자의 구제방안」 논문에서 어음법·수표법의 개정과 금융기관의 위법한 관행개선 등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현행 어음법 75조6호와 수표법 1조5호는 어음과 발행지」 기재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발행일외에 발행지까지 기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어음·수표발행인이나 금융기관이 발행지가 공란인것도 유효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흠결어음·수표의 소지자는 「발행지기재 누락으로 무효」인 사실을 모른채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당한다.

「발행지 또는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가 없는 수표는 수표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68년)가 확립돼있기 때문이다.

흠결어음·수표로 인해 각급법원에 제기되는 소송은 전체 어음·수표지급 청구소송의 10% 정도이나 변호사들조차 법규정과 현실의 차이를 잘 모르는 실정이어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양도받은 1천5백만원짜리 당좌수표가 은행서 부도수표라는 이유로 지급거절되자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소송을 제기하려던 김모씨는 『패소할 것이 분명하다』는 판사의 조언에 따라 소송을 포기했다.

또 액면가 1천만원의 약속어음을 갖고있던 문모씨는 발행인인 (주)롯데냉동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지급청구소송을 냈으나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지난 5월29일 『어음법상 필요적 기재사항인 「발행지」 기입이 빠져 무효』라는 이유로 문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문제의 약속어음은 지난해 5월 (주)롯데냉동이 발행한 것으로 3명의 배서양도인을 거쳐 넘어왔는데 문씨는 은행측이 「분실어음」이라는 이유로 지급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같은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려면 발행인이나 소지자·금융기관이 중시하지 않는 「발행지」 기재를 법상 필요적 기재사항에서 제외해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발행인이 기명날인돼 있어 사회통념상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발행지 기재를 요구하는 것은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어음법·수표법은 지난 30년과 31년 유럽 각국이 제네바에서 체결한 어음법 통일조약,수표법 통일조약을 토대로 29년전인 62년 제정돼 63년 발효된뒤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었다.

반면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는 이 문제를 논의한끝에 지난 88년 유엔총회에서 국제환어음·약속어음에 관한 협약을 통과시켜 발행지를 필요적 기재사항에서 제외했다 미국 일본 등도 발행지를 어음·수표의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