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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볼모」 풍조의 극복(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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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볼모」 풍조의 극복(사설)

입력
199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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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 총기사망 사건이 시끄러운 시국사건으로 비화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냉정속에 원만히 처리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봄 강경대군과 김귀정양의 사망사건으로 야기됐던 「시신볼모」라는 엄청난 사태를 겪었던 우리들이기에 그런 불상사가 또 재발하지 않을까 사실 걱정이 앞섰었다.물론 학생들의 연좌농성이나 산발적 시위는 있었지만 시신볼모 등의 극한 상황을 빚음이 없이 서울대병원으로의 이송과 신속한 부검실시 등 법적처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진정 안도케 했다고 하겠다. 특히 숨진 한씨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촉망받는 젊은이로 신혼기에 참변을 당해 국민들도 모두 애통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기에 그럴수록 진지한 사태파악과 냉철한 뒷처리로 고인을 욕되게 함이 없어야 한다고 믿어왔었다.

이처럼 우리사회 전반에 깔린 묵시적 분위기가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진 과격한 학생들의 격앙행동을 자제,유족들의 뜻에 따르도록 했고,경찰의 도심권 통과 허용이라는 양보마저 가능케 했을것이다.

서총련 소속 과격 주사파 학생들이 아직도 꿈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지고 있는 사태는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또 경찰과의 공방과정에서 총기가 발사되어 애꿎은 생명이 앗기는 비극도 더 이상 되풀이될수 없는 우리사회의 과제이다. 마르크스­레닌이즘은 무너지고,남북이 유엔에 가입한 마당인데 이런 철없는 짓과 무모한 대응으로 우리가 얻을수 있는것은 사회혼란과 국력의 낭비뿐이다.

또한 끝없는 대결과정에서 초래되어온 격앙행동이나 감정격돌의 연속이 사실은 우리사회 스스로의 진지한 사태해결 능력이나 합의도출 분위기를 무한정 방해해왔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망 5일만에 검안만한채 부검을 못한 강군과 13일만에 부검을 했던 김양의 비극적이었던 시신볼모 전철을 이번에 벗어날수 있었던 것은 어찌보면 불행중 다행이요,우리사회의 높아지는 성숙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수가 있을 것이다. 모처럼 보인 이런 자제와 협조의 분위기가 제발 사회 각부문으로 확산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아직도 과격학생들의 철없음에 기대어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 편승하려는 세력들이 남아있는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쪽은 무분별한 동조와 부추김으로,다른 한쪽은 무조건적 강경대응 논리로만 몸을 감싸고 있는것은 아닌지 모두가 한번쯤 반성할 일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데,나라형편은 또 어려워져간다는 소리가 끊일새가 없다. 그만큼 필요없이 감정을 낭비하고 격돌했으면 이제는 모두가 옛 악습일랑 버리고 한결 성숙해져서 힘과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그게 나라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한군의 명복을 진정으로 비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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