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씨의 시신이 안치돼있는 서울대병원 영안실 주변은 20일 상오까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쇠파이프도 화염병도 눈에 띄지 않았고 요란한 구호도 없었으며 이상연내무부장관과 이인섭서울경찰청장이 보낸 조화가 훼손되지 않은채 놓여있는 모습은 시국상황 관련 희생자 빈소치고는 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상오10시55분 김원환경찰청장이 이곳에 나타나면서 빈소주변은 유족들의 울부짖음과 실랑이로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예고없이 검은 양복차림으로 영안실에 도착한 김 청장은 제지하는 학생들에게 『경찰청장 입니다』라고 인사한뒤 바로 빈소가 들어가 한씨 영정앞에 무릎을 끓었다.
김 청장이 분향재배를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탈진한 모습으로 누워있던 아버지 한주희씨와 어머니 고영옥씨가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서 김 청장의 넥타이를 잡으며 『대통령을 데리고 와서 우리 아들을 살려내라』고 울부짖었다.
사건이후 침착성을 잃지않았던 미망인 서윤경씨도 막상 경찰책임자를 보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빈소밖에서 학생 20여명이 『총기난사 책임자 처벌』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갑자기 주변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 청장은 함께온 수행원 3명의 호위를 받으며 서둘러 빈소밖으로 빠져나갔다.
마침 도착한 서울대 김종운총장과 황망히 인사를 나눈 김 청장은 학생들과의 몸싸움끝에 어렵게 승용차에 올라 떠났다.
이날 상황은 김 청장으로서는 당연히 예상했던 것이었다. 서울시경 국장 재직때부터 강경대군,김귀정양 사망사건 등을 잇따라 치러 유난히 사죄 할 일이 많았던 김 청장의 이날 표정은 그러나 어느때보다 고통스러워 보였다.
김 청장이 떠난뒤 청와대를 찾아가겠다며 쫓아 나가다 주위의 만류로 주저앉은 어머니 고씨는 조문은 김종운총장의 손을 잡고 『총장님,내아들좀 살려주세요. 그놈은 공부밖에 모르는 놈인데 왜 억울하게 죽어야 합니까』라며 몸부림을 치다 또다시 실신하고 말았다.<송용회기자>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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