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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사망」… 격앙행동 자제/「시국사태」 우려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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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사망」… 격앙행동 자제/「시국사태」 우려 씻었다

입력
199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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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다툼」없이 2일만에 부검/학생들 “유족뜻 따라야”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27) 총기사망 사건이 당사자들의 냉정한 판단속에 감정격발없이 처리되고 있다.

유족과 학생,학교와 경찰 등 관계자들은 젊은 죽음을 욕되게 하면서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수 없다는 공통인식 아래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또다른 시국사태 발전에 대한 우려를 씻어주고 있다.

지난 17일 밤 사건발생이후 19일 하오의 시체부검까지 당사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공권력에 의한 치사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공식처럼 되풀이 돼온 「시체차지하기」의 행태를 극복한 것이었다.

지난 17일 하오10시50분 한씨의 사망사실이 확인되면서 서울대생 5백여명은 시신이 안치된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성심병원을 에워싸고 시신지키기에 들어갔다. 화염병을 재놓고 병원앞 도로를 완전점거한 학생들은 경찰과 2∼3차례 공방전을 치렀으나 별다른 불상사없이 밤을 넘겼다.

18일 상오가 되면서 유족과 학생들은 경찰의 총기난사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한편 정부의 공식사과와 책임자 처벌,서울대병원으로의 시신이송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인이 명백한 만큼 공식사과와 책임자처벌은 절차를 밟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었지만 시신이송은 시각을 다투는 급박한 문제였다.

그러나 경찰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도심의 치안혼란을 이유로 유족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밝혀 지난 4,5월 강경대군·김귀정양 사건때와 똑같은 상황이 또다시 벌어지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이날 하오11시59분께. 제한된 인원만이 서울대병원으로의 시신이송에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경찰고위간부로부터 서울대병원행을 내락받은 김동진 서울대 학생처장(48·체육교육과)이 유족대표를 은밀히 만나 이 사실을 전했고 유족들은 병원을 지키고 있는 5백여명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을 설득,시신을 앰뷸런스에 실을수 있었다.

19일 0시46분 서울대병원에 안치된 시신은 그러나 또다른 마찰에 부대껴야 했다. 『도착즉시 부검을 한다는 것이 서울대병원행의 전제조건이었다』는 검찰측과 『부검에 대해서는 사전에 들은 바도없을뿐더러 사건을 정부측이 원하는 대로 조기종결하려는 부검에는 절대 응할수 없다』는 학생측이 맞서 욕설과 고함이 오가는 등 상황은 격돌직전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2시간 가까이 계속된 검찰과 학생간의 실랑이는 「날이 밝은뒤 부검에 응하겠다」는 유족의 발표로 사그라졌다.

영안실구내에서 밤을 꼬박새며 대책회의를 한 학생들은 『어떤 경우든 유족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여곡절을 거쳐 한씨의 시신은 19일 하오2시30분 부검대위에 올랐다. 강경대군의 경우 사망 5일만에 검안만 한채 부검을 하지못했고 김귀정양은 사망 13일만에야 부검을 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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