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인정… 첨예대결 해소소지 커져/주변 4강과 경제관계 확대될듯18일 아침10시 데·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은 뉴욕의 유엔본부 건물앞 회원국 국기게양대에서 남북한을 비롯한 신가입 7개국 국기를 1백66개 국기의 중앙에 게양한다.
이로써 남북한은 유엔탄생,곧 분단 46년만에 명실공히 국제사회의 일원이 됐다. 또한 남북관계는 분단후 휴전선·판문점 대결시대에서 유엔대화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남북관계가 당사자관계가 아닌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4강,나아가 유엔회원국 전체의 국제관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관련,이상옥 외무장관은 17일 뉴욕에서 『앞으로 남북과 관련된 문제는 유엔에 제출하기전에 당사자간 합의를 모색하겠다』고 밝혀 「당사자간 합의선행」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김영남 외교부장은 지난 13일 컬럼비아대학에서 『유엔무대에서 조선문제 해결과 연방제사업 및 단일의석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지금까지의 북한주장을 고수해 앞으로 유엔무대에서까지 남북대결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는 관계없이 일단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구도정착과 더불어 탈냉전후의 동북아정세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게됐다.
분단 5년뒤인 50년 6·25전쟁을 겪은 남북은 2차대전후 같이 분단된 동·서독과는 달리 엄청난 불신과 상호경계 속에서 첨예하게 대결상태를 조정해왔다.
그러나 이 처절한 남북대결은 탈냉전시대를 맞아 크게 변질돼 왔고 더욱 유엔이라는 중재기구를 통해 서로의 주장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검증받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무지속에서의 억지 대결상태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둘째,북한은 그간 남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언,남북총리회담도 굳이 「고위급회담」으로 고집했었다. 그러나 유엔헌장의 규정을 받아들여 「평화애호국」의 일원이 됨으로써 이제 남북이 실체인정을 넘어서 국가승인까지 한 셈이 됐다. 북한은 아직도 노동당규약 등에서 대남혁명 노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지난해의 고위급회담에 이어 올해 일본과의 수교회담에서 「북한의 주권은 한반도 북반부에만 미친다」고 언급,노선변화를 보여왔다.
셋째,유엔동시가입은 동북아 4강에 의한 교차승인을 가속시켜 결국 한반도의 현상유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한소수교에 이어 올해 북·일 수교협상이 진행중이고 내년께는 한중수교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올해들어 일본의 대북수교전제였던 유엔가입과 핵사찰 수용의 제스처를 보여왔다. 다만 지난 12일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결의안에도 불구,「주한미군 핵무기철수」를 전제로 협정서명을 끌고 있으나 핵사찰 서명과 수용은 시간문제로 진단되고 있다.
북한은 핵사찰수용문제를 대일협상보다는 대미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것같다. 김영남 외교부장은 지난주 영국에 제인 디펜스지와의 회견에서 『미국과 다각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다』고 접촉사실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소련의 쿠데타 실패후 러시아공화국의 옐친대통령이 11월 방한의사를 밝히는 등 소련의 친한노선이 두드러짐에 따라 북한은 상대적으로 대미 외교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동북아 구조는 탈냉전후의 새로운 경제개편조류에 따라 경제관계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올해들어 직교역에 의해 남한쌀 5천톤을 받아들였고 최근 미국으로 부터 밀 3만6천톤을 도입했다. 이에따라 올해초 남한은 북방정책으로 얻어낸 한소수교의 대가로 30억달러의 대소차관을 약속했고 이미 5억달러의 현금차관을 지급한 바 있다.
북한지도부는 소련의 원유 등 원조격감,농정실패 등으로 야기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일본과 손을 잡으려하고 있다. 이와함께 중국·소련이 계획한 두만강 하류개발 프로젝트에 북한은 웅기·나진 지역까지 경제특구로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남한의 참여까지 요청하고 있다. 개발계획에 남북이 함께 참여하면 수년내에 경제적 공동체를 만들수도 있다.
이제 남북은 유엔가입을 계기로 적대관계에서 겉으로나마 협조하는 듯한 자세로 바뀌었다. 유엔과 4강이라는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위한 원심력에 체제민주화와 교류확대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남북의 내부응집력의 강도에 따라 통일 또한 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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