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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항의」 대질신문/교장·여교사 팽팽한 설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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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항의」 대질신문/교장·여교사 팽팽한 설전(등대)

입력
1991.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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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머니가 충격받고 또다시 쓰러지지 않도록 잘 말씀드려 주세요』자그마한 키에 찰랑찰랑한 단발머리,샌들차림으로 아직도 앳된 소녀같은 서울 구로구 당산동 두산국교 이은주교사(28)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17일 새벽1시 특수협박 혐의로 서울 남부경찰서 유치장에 구속수감됐다.

지난 5월15일 강경대군 치사사건과 관련,시국선언에 참여한 이교사는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52)가 강용일교장(64)의 요구로 서명철회 각서를 쓴데 이어 지난 4일 학급반장 선거후보를 성적순으로 지명하라는 교장의 요구를 거부,어린이들이 추천토록한데 대해 다시 어머니가 불려갔다가 쓰러진 사실을 알고 격분,11일 주머니에 과도를 넣고 교장실에 들어갔다.

16일 하오 남부경찰서 형사과 조사계 사무실서 마주친 이교사와 강교장은 이 상황을 놓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차라리 저를 죽여달라며 교장선생님 책상위에 과도를 놓았습니다』

『이교사가 과도를 내가슴에 직접 들이대고 위협하지 않았는가』

『제 자신의 일로 왜 병든 어머니까지 괴롭힙니까』

『어머니를 부른것은 이선생의 선도문제를 같이 의논하자는 뜻이었어요』

3시간여 계속된 대질신문서도 두사람의 주장은 한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참고인 진술을 위해 불려나온 이교사의 어머니는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대질신문을 지켜보다가 『모두 내잘못이예요. 우리 아이 구속되면 저는 살수가 없어요』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두산국교 어머니 회원 30여명은 교무실을 찾아 『평소 남다르게 아이들에게 쏟아온 이교사의 정성과 노모로 인해 빚어진 사건동기를 참작해 징계방침을 철회해달라』며 탄원했고 이교사가 담임인 2학년 4반 어린이들은 정확한 사건경위를 모르면서도 대신 수업에 들어온 교사에게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며 울먹였다.

유치장 수감절차가 끝난뒤 피곤한 기색의 담당형사는 평소 이교사가 아이들에게 과일을 깍아주기위해 사용하던 「사랑의 칼」을 「범행 증거품」으로 서랍에 넣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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