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에 걸친 국제연합(유엔) 사상 오늘 개막되는 46차 총회만큼 세계의 관심을 모은 일은 없었다. 2차대전직후 전승국을 중심으로 조직된 유엔은 그동안 실질적인 정책결정 기관이라기 보다는 강대국의 선전장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동서냉전의 홍보무대라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크렘린 3일천하이후 냉전의 한쪽 주역이 무대에서 사라진 지금,국제정치는 하나의 거대한 힘의 공백상태에 있다. 이 공백상태에서 유엔은 이제 국제정치의 유일한 여론형성 매체로 등장하게 됐다.이번 46차 총회는 정확하게 말해서 냉전해체이후를 겨냥한 탐색의 무대가 될것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이다. 냉전해체와 걸프전쟁이후 소위 국제정치의 「새질서」가 미국의 일방적 주도로 나타날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도적 영향력을 내다보는 관측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새질서」는 보다 다원적인 「전전구조」로의 복귀경향이 짙다는 것도 사실이다. 소위 「G7」으로 불리는 서방 선진그룹이 국제정치를 요리하는 실세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2차 대전의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의 대두는 주목할만한 역사적 현실이다. 우리로서는 유럽의 독일보다는 이웃 일본의 새로운 국제적 목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유엔평화 유지군 참여로 시작해서 이미 「세계 제1」의 자리에 오른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강대국 행세를 할 준비태세를 갖추어가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는 이러한 일본의 정치적 야심이 어떤 형태로든 표면화하지 않을까 주목된다.
국제정치의 대변혁과 맞물려서 이번 유엔총회는 남북한이 함께 회원으로 자리잡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된다. 유엔이 이땅에 대규모의 군사력을 파견한지 41년만에 이루어진 드라마다. 창립이래 45년동안 유엔총회가 동서대결의 「이념총회」였다면,앞으로는 지역분쟁과 환경·복지와 같은 보다 실질적 문제의 토론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남북한이 자리를 같이하는 새로운 무대에서 우리는 적대자로서 보다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하는 새로운 문제를 안게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유엔가입은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상징적인 변화라는 뜻이 크다. 그런만큼 행여 유엔가입에 지나치게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국민에게 과잉기대를 갖지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당연히 차지했어야할 자리를 찾았다는 자긍심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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