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상화·발언권 강화 계기/외교방식 다자체제 전환 필요유엔의 승인을 받아 탄생한 우리정부의 최우선 외교목표는 지금까지 유엔 정회원국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미·소를 양극으로한 전후 국제질서는 43년간 우리의 노력을 무산시켜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백48개국과,북한은 1백8개국과 수교했으며 우리는 세계 13대 교역국으로 성장했으나 남북모두 옵서버석에 머물러야 했다.
우리의 유엔가입은 바로 이같은 불합리하고 부자연스런 국제적 위상이 본질적으로 수정됐다는데서 우선 역사적 의미를 찾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질적인 유엔가입 의미는 유엔무대에서의 자격변화라는 이같은 상징성을 뛰어넘는 「역사적 이벤트」(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이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물론 냉전의 마지막 지대인 남북한이 나란히 정회원국이 됐다는 사실에 있으며 이와함께 시기적으로 세계질서가 새롭게 개편되면서 유엔의 역할과 기능이 크게 강화돼가고 있는 시점에 유엔가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우리에게 또 한반도 및 동북아에 엄청난 도전과 기회를 주는 전기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한 유엔가입의 보편적인 의미로서는 ▲남북관계의 정상화 ▲국제적 지위향상 도모 ▲대외관계의 새로운 발판마련 ▲동북아 질서개편에의 능동적 참여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북관계와 관련,이상옥 외무장관은 지난 7일 관훈클럽과 한국언론학회가 주관한 심포지엄에서 『유엔가입이 우리외교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 것은 자명하다. 이제 우리외교의 초점은 남북한 공존공영의 시대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한편 평화통일 달성시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노력으로 옮겨가야 할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는 유엔가입이 지난 40여년간의 소모적이고 지루했던 남북간의 정통성 싸움을 종식했다는 말이다. 서로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주장은 이제 「국가(State)만이 유엔에 가입할 수 있다」는 유엔헌장 4조에 의해 무의미해진 것이다.
이같은 현실인정은 실질적인 남북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수 있다는데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 동시가입이 촉발하는 연쇄적인 현상변화는 이미 예견돼있다.
휴전체제의 조정문제,유엔군사령부 해체,핵문제 등에 대한 논란은 가속화될 것이며 북한은 경우에 따라 이같은 문제를 유엔에 옮겨올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평화체제 전환문제가 남북대화의 주요축으로서 좋든 싫든 등장할 것이며 그 대응책이 모색돼야할 입장에 있다.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과 함께 유엔가입은 우리의 외교를 질적으로 강화 향상시키게 될것이다. 유엔에서의 발언권 투표권 결의안 제출권 피선거권 등 기본적인 정회원국의 권리는 물론이고 그동안 가입하지 못한 국제노동기구(ILO) 등 산하기구에 가입하는 길이 트였다.
정부는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등 4개 협약에 연내 가입한다는 방침이며 내년에는 마약 교육 문화 통신 등 19개 조약에 가입을 추진중이다. 기구 및 조약에의 가입은 그만큼 우리가 져야할 국제적 의무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부담도 되지만 우리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동안 양자 외교에 치중된 외교방식이 다자 외교체제로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과 이에따른 전문가 양성,외교조직의 개편 등도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이와함께 제네바 군축회의 가입,안보리 비상임이사국,경제사회 이사회 이사국피선 등도 우리외교가 우선 경주할 부분이고 유엔평화 유지활동(PKO)에도 응분의 기여를 요청받고 있다. 서방의 북한승인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북한의 대미 접촉통로가 넓어지고 중국의 대북 정책부담이 감소되는 등 한반도 정세도 탄력성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가입이 당장 이같은 효과와 영향 등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엔무대에 던져진 도전과 기회에 그동안 우리외교가 쌓아놓은 역랑과 성과를 어떻게 접목하고 활용하며 응전하는가에 따라 우리외교의 앞날은 결정될 것이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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