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속 인플레·대량실업 우려/공화국간 분업체제 와해가능성 고조/거래주체 혼란 서방원조 “주춤”소련은 쿠데타 실패이후 연방해체·시장 경제이행 등 「제2의 혁명기」를 맞으면서 인플레심화·실업자양산·연방재정 파탄우려 등으로 새로운 경제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착외지에 따르면 소련의 급속한 연방해체는 통화관리 권한을 분산시켜 루블화를 약화시키고 있으며,징세권 및 재정이 분화되면서 연방재정의 파탄이 우려되는데다 공화국간 경제격차의 확대로 민족문제마저 격화될 전망이라는 것. 또 경제체제가 시장경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가격자유화에 따른 인플레 가속화·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도산 및 실업자양산 우려,루블화의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가격의 상승 등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련경제의 새로운 위기는 동구권 뿐만아니라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소련경제는 이미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금년 상반기중 수입이 45%,수출이 13%나 감소했을 뿐더러 원유생산 9%,화학공업생산 10%,농업생산이 11%나 떨어지는 등 생산량도 급감하고 있다. 이에따라 금년도 GNP(국민총생산)는 지난해에 비해 20%나 떨어질 전망이다.
소련은 쿠데타 실패이후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추진의 중심인물은 옐친의 브레인인 야블린스키 전 러시아공화국 부수상으로 그가 작성한 경제 개혁안은 사영화·가격자유화의 추진·국영기업의 보조금 중단·루블화의 태환개시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안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가격이 대폭 자유화되면 인플레가 가속화되고 국영기업체의 보조금을 중단하면 도산하여 실업자가 양산될 우려가 크다. 또 루블화의 태환성 확보나 서방측으로부터의 외화반입에 의한 통화안정화 기금의 상설 등도 서방측의 원조를 전제로 하고있다.
군수산업의 민생용 전환을 위해서도 외자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방측으로부터의 금융지원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서방측은 소련의 경제재건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을 지원해도 사막에 물붓기식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옐친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있다.
소련은 또 연방이 해체되고 실권이 각 공화국으로 이전됨에 따라 많은 문제를 안고있다. 풍부한 자원 및 중공업생산이 집중된 러시아공화국,경공업중심의 발트3국,면화생산 중심지인 중앙러시아는 밀이 생산되지 않는 등 상호의존적인 분업체제로 공화국간의 수급은 중앙에서 조정해 왔다. 15개 공화국이 정치적으론 분권화되더라도 경제를 위해선 연방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연방체제는 또 서방측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지원을 어렵게 하고있다. 금융지원 창구로 고르바초프뿐만 아니라 독립 공화국과도 접촉해야할 뿐더러 징세권 및 외화집중 의무가 연방과 공화국중 어느곳에 속해 있는지 명확지 않아 결제능력 여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소련의 중심통화인 루블화의 가치하락도 소련경제의 암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복귀이후 루블화의 가치는 달러당 50루블까지 급락할 전망이다. 여행자용 환율은 달러당 0.625루블에서 89년 10월에는 6.2루블로 10분의 1이나 평가절하됐으며 지난 7월24일에는 32루블로 떨어졌고 50루블까지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에따라 소련에는 시민들이 앞다투어 루블을 달러나 마르크,엔으로 교환하려 들어 암시장이 형성돼 있다.
소련정부는 외화획득을 위해 석유와 금을 매각하고 있으나 쿠데타이후 원유수출이 급감한데다 금값도 크게 떨어져 곤란을 겪고 있다. 소련은 금값 하락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계속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소련은 또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부진할 뿐더러 과도기의 사회불안으로 대외거래에서도 커다란 곤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소련의 중심결제 수단이었던 석유를 비롯한 광공업 생산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외화부족 사태로 지불능력이 저하됐다.
현재 소련의 대외채무는 6백5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중 1백70억달러는 금년중에 상환해야 한다. 더구나 연방과 공화국의 관계변화에 따라 채무 당사자가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을 뿐더러 거래대상의 주체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소련의 경제위기는 동구권 및 독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련과의 교역이 총교역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동구권은 소련과의 무역거래가 해체될 경우 엄청난 쇼크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동구권은 소련과의 무역이 해체될 경우 1천억달러가 넘는 누적채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은 소련에 살고 있는 2백만명의 독일인이 소련을 탈출,독일로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크게 고심하고 있다.
소련의 GNP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 전후에 불과하며 서방과의 무역액은 자유세계 무역의 0.3∼0.5% 정도에 머물러 있다. 숫자상으로만 본다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소련의 새로운 경제위기는 주변국뿐만 아니라 세계무역 및 금융질서를 커다란 혼란에 빠트릴 우려도 크다.<김주언기자>김주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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