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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에 무료이발“추석선물”/동작구청 「사랑의 이발사」박순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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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에 무료이발“추석선물”/동작구청 「사랑의 이발사」박순호씨

입력
199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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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명에 종일 즐거운 가위질/주말이면 불우이웃찾아 “팔도”/“장애인 무료 이발소 개점이 꿈”서울 동작구청 구내이발사 박순호씨(51)는 중추절을 맞아 14일부터 동작구 환경미화원 5백60명에게 무료 이발서비스 해주고 있다.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상오7시께 문을 여는 박씨의 이발소에는 일찍부터 환경미화원들이 몰려 만원을 이루고 있다.

박씨는 약 20일전 경기 고양군 삼송리의 고아원을 다녀오다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던 환경미화원들이 『명절에 고향에 가려면 머리도 깍고 선물도 사야할텐데』라고 푸념하는 것을 듣고 무료 이발을 해줄 것을 결심했다.

동료 이발사(48)가 하루 동안 일을 거들기로 약속하고 함께 일하는 여자 보조원 2명도 선뜻 응했다. 소식을 들은 동작구 환경미화원들도 수건과 비누는 스스로 조달하겠다고 나섰다.

한 환경미화원의 부인은 떡과 음료를 이고 와 몇번이나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25년동안 이발을 해온 박씨는 25세때인 65년 경북 청도에서 상경,친척이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야전침대를 놓고 잔심부름하며 이발기술을 익혔다.

74년 서울용산 구청의 이발소를 인수한 박씨는 주말이면 각 구청 사회복지과에 문의,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했다.

6·25 참전 미망인촌,재활용사촌,고아원,노인정 등 전국 각지를 다닌 박씨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삼성농아원과 성남의 기형아 수용소를 10여년째 계속 찾고있다.

농아원에 가면 아이들과 같이 맨발,속옷차림으로 어울리는 박씨는 6년전 삼성농아원에서 머리를 깎아주던 3살박이 어린이가 원인모를 병으로 숨졌을때 가장 가슴 아팠다고 한다.

「사랑의 이발사」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구청 직원들은 『다음 주말엔 함께 고아원에 가자』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농아를 입적시키거나』거나 『보육원·고아원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후원자가 늘어나는게 박씨의 가장 큰 기쁨이다. 이발사 친목단체인 신우회도 이젠 소외된 이웃을 돕는 후원회가 됐다.

81년부터 동작구청 구내이발소를 운영해온 박씨는 86년 아시안게임·88년 올림픽·장애자 올림픽때는 자원봉사자로 일했는데 86년에는 「중공 기자단에 심은 우리의 친절」이라는 수기로 입선했다.

신혼때 부인이 떠준 털스웨터를 추위에 떠는 노인에게 벗어주었다가 야단을 맞았다는 박씨는 늘 봉사활동에 바빠 부인(47)과 1남1녀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구청옆에 장애인들을 위한 무료 이발소를 차려 번창시키는게 박씨의 소망이다.<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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