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에만 치중 현장감각 상실/기업 사치품 수입 왜 방관하나오늘날 우리경제가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적자규모의 확대로 표현되는 열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런 질환이 한때 전국을 휩쓴 부동산투기 열풍과 이에따른 기업·근로의욕이 저하,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상실 등의 구조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특히 경제현실보다 정치논리가 앞섰던 주택2백만호 건설의 무리한 추진 등 정책잘못에서 경제 중증 또는 위기감의 1차적 원인을 찾는 인식은 보편화돼 있다.
줄곧 애써 낙관적인 전망을 펴오던 경제팀에 대한 최근 대통령의 질책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지만 마치 대통령의 한마디로 없던 문제가 돌연 표출된듯 화들짝 놀라며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떠는 정부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16일 국회경과위의 경제기획원 감사는 성장률 등 지수관리에만 치중해온 경제정책의 「거품성」에 대한 질타로부터 시작됐다. 매년 목표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88년 1백40억달러를 넘었던 경상수지 흑자가 3년만에 90억달러 규모의 적자로 반전하고 정부 통계지수상으로 올들어 8월까지 물가가 10년래 최고치인 8.3% 오르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90년 4월∼91년 4월 동안의 체감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같은 기간중 정부공식 발표치보다 5배나 높은 49.1%로 나타난것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관련,신영국의원(민자)은 『경제정책이 지수관리에 집착,현장감각을 완전상실하고 있다』며 「민생정책」 「체감정책」으로 조속히 전환하지 않는한 최근 정부가 틈만나면 되뇌는 「경제 주체들의 공동합심 노력」도 공염불에 그치게될 것임을 강조했다.
신의원은 특히 거의 망국병에 달한 과소비 풍조를 거론하며 『이는 졸부들의 그릇된 소비행태에 책임을 돌리기에 앞서 재정팽창 등 정부가 과소비를 선도하는게 더 큰 문제』러고 지적했다.
▲대전 엑스포·경부고속전철 등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무시한 대형사업 추진 ▲예산의 70%를 점하는 경직성 경비 ▲4백47개에 이르는 정부산하 기관의 이상비대 등이 대표적 예라는 것.
이를 받아 이해찬의원(무)은 『민자당이 생긴이래 정부는 한해에 두차례씩 대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파행적인 재정운용을 계속해 왔다』며 『추경 재원으로 내년도 세계 잉여금까지 앞당겨쓰는 등 정부가 과소비의 주범』이라고 공박했다.
이의원은 이어 『일반회계에다 특별회계와 정부관리 기금을 합친 통합재정수지의 적자폭은 88년 5천2백억원에서 91년엔 1조8천8백30억원으로 늘어났다』며 『앞으로는 남고 뒤로는 엄청난 적자를 발생시키는 편법 등으로 6공 정권 4년 사이에 국가채무가 10조원 가까이 늘어 물가인상의 주요요인을 정부 스스로 제공한꼴』이라고 주장했다.
연초에 30억달러 적자를 예상해놓고 개방물결에 편승한 기업들의 마라푼타식 사치성 소비재 수입과 『자사제품의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외국기업과 제휴하며 길잡이 역할을 마다않는』(정시봉의원·민자) 기업들에 속수무책,국제수지 악화를 사실상 「방조」한 책임도 거세게 추궁됐다.
한마디로 ▲현장감을 상실한 지수관리 정책 ▲2백만호 건설 후유증에서 보듯 정책의 예측능력 결핍 ▲시장논리보다 인기영합의 대증요법 의존 및 정책의 일관성 상실 ▲어정쩡한 토지공개념 등 정책집행의 무기력이 우리 경제를 좀먹었다는게 이날 의원들의 결론이었다.
『기업은 기업대로,가계는 가계대로 완전히 따로 떨어져 행동하는 것은 30대 재벌 부동산매각 조치 등의 허실이 보여주듯 정부의 정책 집행의지가 너무나 무기력하고 바이탤리티를 상실했기 때문』이며 『이런 형국에서 기업과 가계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의욕고취를 말하는 것은 구두선에 불과하다』(김태식의원·민주)는 것이다.
위원중 김영삼 민자당 대표를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전원이 출석한 이날 감사장은 우리경제의 곤혹스런 현 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광경.
그러나 최각규 부총리의 진단과 처방은 의원들과 대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감각과 또한번 차이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이 시점에서 재정긴축 등 정책기조 변경은 금리인상 등 부작용을 낳는 등 득보다 실이 더 클수 있다』는 그는 『정부가 계획중인 여러대책을 착실히 추진하면 한자리수 물가인상·국제수지 방어 등의 정책목표 달성이 비관적인 것이 아니다』고만 되풀이 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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