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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60세 정년 잔잔한 감동/퇴임한 민건식 의정부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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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60세 정년 잔잔한 감동/퇴임한 민건식 의정부지청장

입력
1991.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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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자리에 초연… 형사학연구도 열정/유례없는 퇴임기념 논문집 증정 받아서울지검 의정부지청장을 끝으로 검사생활을 마감한 민건식씨(60)의 정년퇴임이 법조계 주변에 신선한 화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13일 27년5개월의 검사생활을 끝낸 민씨의 정년퇴임식은 호방한 성품으로 승진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한번 검사는 평생검사」라는 의연한 자세를 바꾸지 않은 그의 면모와 검사사회에서 예사롭지 않은 60세정년의 의미가 큰 무게를 실어 동료·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민씨는 동료·후배법조인들과 국내외 거물급 학자들이 참여한 퇴임기념 논문집을 증정받는 명예를 안게됐다.

검사가 계급정년이 아닌 나이정년(60세)으로 퇴임한 것은 80년 당시 광주지검 목포지청장 황공렬씨(71·변호사)가 정년퇴임한 이래 11년만이다.

33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검사생활을 시작한 민씨는 검찰동기생이나 인생후배 대부분이 고등검사장이나 검찰총장까지 승진했으나 야전검사로만 묵묵히 일해왔다.

정년퇴임하는 검사가 기념논문집을 증정받는 것은 법조계서는 처음있는 일.

기념논문집 증정이 학계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검찰에서는 유례가 없었던 명예로운일로 45년여동안의 법관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정년퇴임한 이일규 전 대법원장도 이 명예로움 만큼은 놓쳤었다.

황해도 평산군에서 태어난 민씨는 해주사범 재학중이던 48년 월남,6·25를 겪으면서 형무관(지금의 교정공무원)과 공군장교 생활을 한뒤 64년 서울지검의 초임검사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민씨는 지금까지 일선 검사로서 무수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대학강의나 형사법·형사정책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도 열정을 쏟아왔다.

지금까지 집필하거나 번역한 10여권의 책과 논문이 민씨의 학문적 열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중 「형사정책강론」 등은 이 분야의 연구업적이 부족한 우리나라 학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오는 19일 하오7시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기념논문집 증정식에는 일본에서 사귄 세계범죄피해자학회 회장 미야자와·고이치씨(경응대 교수)와 시키다·미노루 일본 총합법무연수 소장(고검장급) 등 국내외의 검찰고위 관계자와 학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형사학과 법학의 제문제」라는 제목의 기념논문집은 법조계 동료인 김량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위원장이 돼 35명의 동료·후배법조인과 학자들이 참여했다.

『종점까지 줄기차게 완주했다는데 의미를 두는 것 외에 별다른 아쉬움같은 것이 없다』고 퇴임소감을 밝힌 민씨는 또다른 종점을 향해 뛸준비에 바쁘다.

퇴임후 일단 변화사업무를 계속하면서 범죄예방이나 피해자들의 문제를 연구하는 「범죄피해자학회」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후배들로부터 「평생검사」 「대인검사」로 불린 민씨는 『누구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지만 인간의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므로 세상을 너무 조급하게 살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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