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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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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에는 소련이 2차대전이후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았다고하여 세계가 떠들썩했었다. 식품점의 바닥난 진열대와 상품앞에 장사진을 이룬 시민들의 모습이 연일 외신전송 사진과 뉴스필름으로 전세계에 전하여지고 모스크바와 페테르스부르크선 식량배급제가 실시되고 서방각국은 긴급구호식량원조에 나섰고,고르바초프는 영광스러운 노벨평화상수상식 참석을 포기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막상 겨울을 지내고보니 소련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애당초 식량위기가 흉작으로 인한 기근이 아니라 농산물의 작황은 평년작 이상이었는데도 시설부족 기술낙후 태만 횡류 암거래 사재기 등으로 인한 소련사회의 구조적인 비리와 유통질서의 혼란이었기 때문에 최악의 상태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비교적 평온한 가운데 소비재의 품귀 등 경제불안이 계속되다가 식량위기로 호된 몸살을 앓았는데 금년에는 보수파의 불발쿠데타 기도로 집권 74년의 공산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모스크바의 대란을 겪고 있는만큼 소련은 올겨울을 어떻게 버텨낼것인지 염려가 태산같을 수 밖에 없다. 소련정부는 식량폭동의 위험을 경고하며 구호식량의 긴급원조를 호소했고 서방 각국도 구호대책 수립에 나섰다. ◆그러난 소련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은 아니다. 1백년만의 대홍수로 양자강이 넘치고 1억 이상의 이재민을 낸 인구대국 중국,기상변화로 수백만 주민이 만성적인 기근에 시달리는 검은대륙 아프리카,걸프전쟁으로 온 국토가 초토화된 이라크,종족분규로 연방해체의 내전에 빠져든 유고 등의 민생문제는 소련보다 더 절박하다. ◆타지역의 재난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유독 소련의 식량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서방각국의 대응을 두고 박애정신과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구호에도 국제정치의 패권주의와 구미중심의 백인 우월주의가 작용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굶주린 북극의 불곰이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예방조치가 세계평화와 국제정세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것이 서방각국의 변명조의 반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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