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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협정 서명 거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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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협정 서명 거부(사설)

입력
199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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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합의했던 핵안전협정의 서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무조건」 핵사찰을 받아들이겠다던 지난 6월의 태도변화에도 불구하고,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의구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북한이 「합의」해 놓고 서명을 거부하는 이유는 IAEA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핵안전협정의 조기서명과 국내비준을 압도적인 지지표로 촉구한 때문이라고 했다. 이 결의가 국내문제에 대한 간섭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핑계치고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핑계다. 원래 핵안전협정 자체가 한 나라의 핵시설에 대한 관할권을 스스로 제안,IAEA에 감시권을 넘겨주는 협정이다. 북한이 이런 협정문안에 동의해놓고,서명 비준촉구가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것은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성립될수 없는 억지다.

「국내문제 간섭」과 함께 북한은 주한미군의 핵을 다시 제기했다. 이로써 지난 6월 핵사찰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던 태도를 헌 신짝 버리듯 저버렸다. 역시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더구나 북한은 「핵사찰」을 북한과의 국교관계 수립에 전제조건으로 달고있는 일본과의 수교협상까지도 무릅쓴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는 몇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휘둘러온 「마지막 카드」를 포기하기에 앞서 미국과 일본에 다시 한번 압력을 넣어 어떤 소득을 얻어보자는 실리적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 하나다.

이러한 추측은 북한이 결국 핵사찰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낙관론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아마도 주한미군의 전술핵 철수가 바람직스럽다는 미국내 일부 외교서클이 북한의 공세목표일 가능성도 있다.

둘째로 소련에서 보수파 쿠데타가 실패한뒤 휘몰아친 일련의 상황변화가 북한의 정책노선에 어떤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 영향을 구체적으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적어도 북한내에 타협을 거부하는 강경론이 목청을 돋우고 있을 가능성은 크다고 볼수있다. 북한이 동유럽의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할 자세를 보였을 때만해도 이제와서 보자면 상당히 「여유」가 있는 때였다. 그러나 소련의 공산당이 무대에서 사라진 지금 북한의 김일성 체제는 다시 교조주의적 강경론으로 뒷걸음 칠만큼 절박한 위기감을 갖고 있을것 이다.

이러한 주변상황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북한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앞의 낙관론보다는 뒤의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보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아직도 안정된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추태는 북한의 현실 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뿐이다. 북한을 빨리 승인하겠다던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시 한번 경고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있을 만큼 변화했다는 증거가 나타날때까지 신중히 기다려야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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