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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북한 국가승인 방침 배경·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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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북한 국가승인 방침 배경·문제점

입력
199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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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주도권 노린 「의도적 도발」/수교와는 별개인 「요식행위」 불구 구태여 “천명”/한국측 「수교조건」 견제 속셈/정부대응 미보다도 “어물쩍”일본정부의 대북한 국가승인 방침으로 한일간에 외교적 마찰이 일고있다.

일본이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우리정부가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이같은 일본의 입장이 표명된 시기가 매우 부적절하다는데 있다.

외무부 당국자는 한마디로 『일본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국가승인 방침은 북한에 대해서는 「정치적 배려」이며 한국에는 「정치적 지렛대」라는 분석이다.

왜냐하면 국가승인은 사실상 양자관계에 아무런 실질효력이 없는 형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국가승인은 요식행위이며 수교와 달리 정치적 무게를 싣고 있지도 않은데다 구태여 천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유엔가입이 국가승인을 의미하는가에도 일관된 관행은 없다. 나라마다 다르고 분명한 국제법상 원칙이 있는것도 아니다. 영국은 유엔가입을 국가승인으로 간주하며 미국은 별개로 보아왔다. 일본은 그 시기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으나 유엔가입을 대체로 국가승인으로 보아왔다고 한다.

외무부 관계자는 『유엔가입이 곧 국가승인이라는 주장은 정설이 아니다』며 이처럼 나라마다 다른 관행을 설명하고 있다. 실례로 일본은 리비아가 유엔에 가입한후 2년후에 국가승인을 했던적이 있다.

따라서 일본이 북한의 유엔가입을 빌미로 새삼스럽게 국제법의 논리를 내세우며 국가승인을 내세우는 것은 다분히 외교적 속셈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일본의 속셈에는 그동안 의미 있는 진전을 보지못한 북 일수교 교섭에 대한 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고있다.

일본은 북일수교를 그들의 외교능력을 재는 시험대로 보고있다.

그것은 경제력에 비해 왜소한 동북아에서의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는 견제이면서 유효한 「카드」인 셈이다.

일본은 한국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북일수교 5개조건인 ▲남북대화의 의미있는 진전 ▲북한의 핵사찰 수용 ▲한국정부와 수교속도 사전협의 등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갖고있다.

전후구도의 조속한 청산을 바라는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있는 미국에 끌려 동북아에서의 정치외교적 입지를 약화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국가승인의 이유로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의 태도는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국제 외교가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너무 앞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교회담은 어차피 국가승인을 전제로 한것인데 도발적으로 국가승인을 밝히는 것은 그동안의 한일외교 관계의 기조를 볼때 매우 부자연스럽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일본외교다운 발상」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대북수교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므로 전반적인 한반도 상황을 고려,신중히 대처해 줄것을 촉구하는 선에서 대응하고 있다.

국가승인이 주권의 행사인만큼 강도높은 항의는 현단계에서는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이 된다.

외무부 관계자는 『오재희 주일대사가 일본정부에 우리의 입장을 전한데 대해 일본측은 「한국의 입장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의례적인 답변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가네마루(김환신)의 돌연한 방북때 대일외교의 허점이 다시한번 노출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본의 대북승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감정적」으로 흐른다는 견해도 있다. 어차피 국가승인이 형식적인 절차인데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결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국가승인이 결과적으로 한중수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을 무시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돌발적인 북한승인 방침을 계기로 남북한의 유엔가입이후 북한에 대한 국가승인이나 수교가 많아질것에 대비,전통 우방국에 대해 우리정부의 확실한 입장과 원칙을 설정해 두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새삼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한편 이번을 계기로 정부의 기존 대일외교 관행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우리의 핵심 우방국이면서도 지난해 9월의 가네마루 방북에 이어 또한번 우리정부에 「외교적 기습」을 해왔으나 정부는 이에대한 사전예측은 커녕 사후에도 당당하게 유감의 뜻조차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측에서 일본의 이같은 돌발적 태도에 불쾌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으며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을 일본정부에 지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일본을 이해하려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는 문제가 있으며 바꿔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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