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선고받고도 내색않고 수업계속/“마음은 제자곁에” 퇴직금 장학금기탁독신여교사가 위암선고를 받고도 쓰러질 때까지 제자들을 가르치다 세상을 떠나면서 2천만원을 재직해온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11일 상오9시께 서울 성동구 자양동 광진중에서는 지난달 28일 숨진 이 학교 국어담당 김보환 교사(57)의 유지에 따라 언니 김길환씨(61)가 김성환 교장(52)에게 2천만원을 전달했다.
김교사가 위암에 걸린 사실을 안것은 지난 4월초. 30년전 아버지를 여윈뒤 홀어머니 박민현씨(85)를 모시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13평형 주공아파트에서 살았던 김교사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입원한 병원에서 뜻밖에도 자신의 병을 알게 됐다. 늘 속이 메스껍고 소화가 안되는 증세를 의사에게 호소,진단을 받아보니 위암3기로 6개월 이상 살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교직을 그만두고 입원하라는 것이 의사의 지시였으나 김교사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난 5월10일 교무실에서 쓰러질때 까지 평소대로 생활해왔다.
이튿날 33년간의 교직을 마감하는 퇴직원을 낸 김교사는 강남성모병원에서 투병을 했지만 암을 이길 수는 없었다.
동료 교사와 제자들은 거의 매일 방과후 간병인도 없는 김교사의 병상을 지켰으나 병세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김교사에게 국어·한문을 배운 1학년생 2백여명이 선생님의 완쾌를 비는 편지를 보냈지만 김교사는 읽을 기력도 없었다.
6월초 66만여원의 성금을 갖고온 제자들이 울먹이며 돌아간날 김교사는 눈물을 글썽이다 언니에게 『어머니의 생활비를 빼고 남는 퇴직금을 제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
윤소원양(13·중1)은 『수업시간 틈틈이 시를 읊어주던 선생님의 얼굴이 창백해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수업시간에 곧잘 웃으셔 편찮으신걸 전혀 몰랐다』며 『꼭 나아서 우리를 계속 가르쳐달라고 편지를 쓰고 기도도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울먹였다.
56년 수도여사대를 나온 김교사는 58년 교단에 선뒤 89년 3월 광진중으로 전근와 국어와 한문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상답해주는 교도주임일도 맡았었다. 언니가 시집간 뒤부터 김교사는 홀어머니 때문에 결혼도 하지않고 단둘이 살아왔다.
동료교사 김명자씨(47·여)는 『대학선배인 김선생님은 저녁회식이 있어도 어머니 저녁상을 차려드려야 한다며 곧바로 귀가하는 효녀였다』고 애도했다.
김교사의 장례식날인 8월30일 광진중의 교사,학생들은 병원에서 펑펑 울었다. 학교측은 김보환 장학회를 만들어 이자수입으로 매년 3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이동국기자>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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