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민주당」은 분명히 밀실정치의 소산이다. 신민·민주양당의 총재와 몇몇사람이 극비리에 추진,비민주적 절차에 의해 탄생시킨 정당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난하는 소리가 의외로 낮다. 왜 그럴까. 아마도 국민들이 의표를 찔려 말을 잠시 잊은게 아닐까. 아니면 지지멸렬해가던 야당이 극적으로 기사회생해가는 것을 보고 일단 논평을 유보하게 된것이 아닐까. 어쨌든 내용이 좋아서 잘못된 형식은 일단 탓하지 않기로 한듯한 분위기그것이 새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적 정서일듯 하다.밀실의 협상이라는 흠집이 있으나,이번의 야권통합은 당권싸움 지분다툼 등 고질적인 정상배식의 거래관행을 상당히 개선했다는 사실에서 정치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신민·민주 양당의 속셈과 동기는 어떻든지간에 야권통합을 성사사킨 노력과 그 과정이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있는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야권신당의 출현이 국민의 정치무관심,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치유시키는 전기를 가져왔다는 점일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3당이 합작한 거대 민자당에 대해 실망해온지 오래다.
그러나 여당에 대한 염증이라는 반사이익조차 주워모을 능력이 없는 무력한 야당에 대해서는 차라리 분노를 느껴야만 했었다. 정치에 기대할것도 없고 희망을 걸만한 구석도 없다는 생각이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더구나 실정과 시행착오를 거듭해오던 민자당이 야당의 약세라는 이유만으로 광역의회선거에서 압승을 기록하는 이변이 생기고 그에 따른 산술적인 선거결과에 자만한 정부·여당이 독주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더욱 자가당착을 느꼈다. 최근에 들어와 경제위기까지 심화되자 정치불신은 자포자기적인 양상에 까지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통합야당이 나타난것은 무더위속의 한줄기 소나기처럼 분위기전환의 계기를 선사한것이다.
「민주당」의 등장은 지역당 지도자로 입지가 좁아져가던 김대중 총재에게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고 정치생명이 흔들리던 이기택 총재에게 혈로를 제공해준 셈이되며 내년봄 총선을 치를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큰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여파는 보다 깊고 광범위할듯 하다. 세대교체나 내각제 등 정치전반과 후계구도에까지 큰 영향력을 끼칠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특히 정치에 활력소를 넣음으로써 관객을 잃은 연극이 관객을 다시 끌어 모은듯 국민을 상대로한 정치가 다시 활성화돼 갈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기와 상황에 비추어볼때 「민주당」은 좋은 시작을 했다. 하나 시작은 역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은 야권통합을 대견해하고 있지만 다음순간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과 준비가 돼있는가를 국민들은 따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에 대비하는 것이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는 것이 된다. 그런의미에서라면 어차피 김대중 총재의 당이 될 「민주당」이 명실공히 「지역당」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겠느냐는 점과 구태의연한 구정치의 고질을 이 기회에 과연 충분하게 극복해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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