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졸부 흉내바람잘날 없는 세상연초부터 엄청난 사건들이 줄잇더니 이제는 무역적자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난 8월말로 자그마치 88억달러가 다된 87억8천만달러의 적자다.
한때 1백50억달러의 흑자를 올렸다고 기고만장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해 국제수지 적자가 20억5천만달러가 되더니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88억달러로 굴러 떨어졌다. 중진국이네 선진국이네 떠들던 판에 하루 아침 사이에 어쩌면 1백억달러 적자로 굴러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나라는 지구위에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한국은 「지렁이」가 됐다는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세계의 조롱도 이제는 흘러간 노래처럼 울린다. 당장 1백억달러의 「외상」이 아니면 「빚더미」를 끌어안게 됐기 때문이다.
흑자가 「적자」로 굴러떨어지는 것은 그 이치가 집안살림이나 나라살림이나 똑같다. 생산보다 씀새가 크면 적자가 되는 것이다.
그 첫째 범인으로 국민의 흥청망정이 지탄받고 있다. 배운것 없는 졸부들이 아방궁 같은 집치장에 수입품으로 몸을 휘감고 부어라 마셔라도 모자라 낚시대와 골프채 메고 해외여행에 몰리는것은 이미 입에 침이 마르게 성토돼 왔다.
게다가 쓸개 빠진 「보통사람들」까지 졸부흉내에 끼어들어,철따라 명절마다 고속도로가 메어지고 동남아에 해외나들이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1억짜리 이탈리아제 응접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바나나수입은 올들어 25배로 폭발했다. 일본제 이불·요수입은 2배반,채소·과일도 7배로 껑충 뛰었다. 입고 먹고 치장하는데 쓰는 일반 소비품 수입이 올들어 무역적자의 4분의 1 꼴이 됐다.
○「공약」 핑계 과소비
기업이 생산보다 투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은 귀에 못이 박힐만큼 듣던 말이다. 게다가 88년 서울올림픽이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사치품 올림픽」은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이 깃발을 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중에서도 정부가 과소비의 「큰손」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89년부터 정부예산이 뛰기 시작하더니,내년에는 본예산 기준으로 24%이상 늘려잡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보고는 노임을 「한자리수」만 올리라고 해놓고 공무원 봉급을 『사실상 25%인상』(나웅배 민자당 정책위의장)을 짜놓고,『선거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심용 팽창예산(상공회의소·전경련 등 경제5단체장)을 짜놓고 있다.
게다가 대전엑스포라는 잔치에 1조1천억원,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수조원짜리 고속전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기세다. 무엇보다도 분수에 넘치는 「주택 2백만호 건설」이 문제다. 일본 다음으로 세계2위의 시멘트 수출국이었던 한국은 거꾸로 허겁지겁 중국산까지 들어오고,중장비까지 합쳐 건설붐이 몰고온 수입이 올들어 거의 무역적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총인구의 43%가 몰려 아우성치고 있는 수도권에 새로 짓는 주택의 45%를 몰아 놓았으나,「수도권 인구집중책」을 쓴셈이다.
국민도 기업도 문제지만,도무지 정부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고 할수밖에 없다. 애초에 24%이상 정부예산을 늘려 잡은것은 「대통령의 공약사업」 때문이라 했다. 「공약」이라면 만사가 정당화 되는 줄 착각하는 것 같다. 공약도 잘못된 공약이면 고쳐야 된다. 뿐만아니라 노대통령 당선 「공약」때문이라면,득표율이 유효표의 36.7%였다는 사실도 기억하는 것이 좋다.
○3년간 『너는 잊었나?』
「와신상당」오나라 임금은 장작위에 자면서 월나라에 복수할 것을 다짐했고,월나라 임금은 쓰디쓴 쓸개를 핥으면서 오나라에 복수할것을 다짐했다는 유명한 얘기다.
또 있다. 2천4백87년전 오가 월을 쳤다. 오의 군사가 막강해서 결판이 나지않자 월의 임금 구천이 꾀를 내어 죄수들을 세줄로 세워놓고 자살하게 했다. 오나라 군사들이 구경하려고 웅성거릴때 월이 쳐 물리쳤다. 이때 오의 임금이 칼을 맞아 죽었다. 뒤이은 오의 임금 부차는 사람을 뜰에 세워놓고 자기가 출입할때마다 『부차야! 너는 월임금이 너의 아버지를 죽인 것을 잊었느냐?』고 말하게 했다. 그러면 부차는 『아닙니다. 감히 잊지 못합니다』고 대답했다. 이러기를 3년,결국 월에 보복했다. 이런 집념없이 국가발전은 어림도 없다.
쓸개빠진 한국 사람들은 세상물정에 어둡다. 이웃 일본이 그야말로 「세계 넘버 원」이요,한국이 이대로 간다면 미구에 중국보다 뒤질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눈을 뜨고 사명을 다해야 한다. 다음 선거보다 국가장래가 중요하다. 남의 과소비를 꾸짖기전에 자신의 과소비를 반성해야 한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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