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하오 명지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서울시내 11개 대학 캠퍼스에서는 경북지역에서 상경한 농민 50여명이 따가운 햇볕아래 빨갛게 익은 고추를 널어놓고 장을 열었다.명지대 고추직판장을 찾은 50대 주부는 『작년에 대학직판장에서 구입한 고추가 너무 좋아 올해는 이웃아주머니들을 이끌고 왔다』며 2백근을 샀고 농민들과 이들을 도우러나온 학생들은 주민들이 고른 고추를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대학직판장에 나온 농민들은 학생들의 도움과 격려,주빈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별로 밝아보이지 않았다.
『갈수록 농사지어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도무지 신이 나지않는다』는 것이다.
품질이 좋은 고추를 유통마진없이 시중보다 싼값에 파는탓에 지난해는 준비한 30만근이 모두 동이나는 성황을 이루었으나 애당초 대학직판장에서 큰이익을 바란것은 아니었다. 30만근이라야 전체생산량에 비하면 미미한 양인데다 운송비·포장비를 빼고나면 남는것이 없어 올해는 그나마 양을 20만근으로 크게 줄였다.
이득도 없고 바쁜 일손까지 손해보면서 상경,대학에 나와 앉은 이유는 곧 있을 쌀 수입과 UR반대 운동이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학생들은 농민들의 호소와 농촌실정을 담은 유인물을 만들어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나누어주며 『우리농산물 우리가 사먹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한농민은 고추를 사러온 주민에게 『우리가 농사지은것이 이렇게 질이좋은데 왜 굳이 수입농산물을 먹으려 하느냐』고 소리치다 『그래도 예까지 찾아와 알뜰하게 물건을 사가는 아주머니들은 외국음식으로 애들을 키우지는 않을 분들』이라며 한움큼 더 얹어주었다.
고추직판장을 주선한 전국농민회 총연맹 (전농) 협동사업국장 박미숙씨는 『농수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초래된 농업고사위기는 단순히 농민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도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호소했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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