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 지역성 탈피 큰 상징성/대여 타협 대신 자체활로 열어/당 체질개선·「국민정서 통합」 전기 기대신민·민주통합은 야권의 질적 체중을 획기적으로 불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양당통합이 비록 야권 전체가 총집결하는 형식적 요건은 갖추지 않고 있다해도 기존의 정치세력 판도에 비추어 그 상징성과 잠재력은 산술적 합산의 개념을 훨씬 넘어서리라는게 지배적 견해들이다.
10일중 각각의 회의체 결정을 거쳐 김대중·이기택 두총재의 공식선언이 있게 되면 통합의 정치적 효과는 사실상 발휘할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이후 국회단일 교섭단체 등록에서 선관위 등록의 법적절차까지 별 장애없이 질주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두총재의 공식선언으로 통합신당 출범을 향한 「통합레일」을 깔린셈이다.
야권통합은 좌절로 점철돼온 전례에서 볼수있듯이 지난한 과제였다. 막후합의가 실재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기택 총재가 극도의 「신중한」 행보로 돌아설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이런 맥락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신민측이 과거와 달리 상대를 감안하는 감정자제의 모습을 견지했던것은 통합협상의 결렬을 익히 경험했던데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신민·민주 양당통합은 기존의 야권구도로는 불보둣 뻔한 야권공멸을 결코 벗어날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부터 가능했다는 역설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번 통합을 위해 과거의 전례에서 굳어져온 상식을 넘는 양보가 가능했던 이유도 우선적으로 여기서 찾아야 한다.
김총재가 법적 대표성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양측 동수의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완전합의에 의한 당무운영을 해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은 반분될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이총재로서는 당무참여의 동등지분을 갖게 됐음에도 김총재의 법적 등록을 「허용」함으로써 반대세력의 공격에 시달릴 여지를 제공하는 결과를 각오해야 할 형편.
그러나 양측은 이번 통합 협상을 실패로 마감했을 경우 쏟아질 엄청난 비난을 상정하지 않을수 없었고,때문에 정치적 이해득실의 다소는 감내해야 했던 것으로 볼수있다.
반면 김총재는 자신에 대한 지역성의 고정관념을 해소할 터전을 마려했다고 할수있다. 김총재에게 이는 지금까지의 정치이력과 앞으로의 정치행로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될수있다.
김총재는 이로써 개헌 등 여권과 손을 잡는 방식의 정치활로 대신 야권의 전열정비를 통해 한판 승부를 도모하겠다는 선택을 분명히 한것으로 볼수있다.
또한 대여관계를 통한 위기탈출이 애당초 허용되지 않는 처지였던 이총재로서도 광역의회 선거이후 열악했던 입지를 야권내에서 회복할 방도를 찾을 수 밖에 없었고 신민과의 통합은 이를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야당의 대표자격을 공동으로 향유할수 있게된 이총재의 위상은 실제 당세에 비해 호남대 비호남 구도의 국민정서를 최대한 등에 업은 결과라는 측면이 있다.
양당통합은 이같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임이 분명하지만,통합신당으로 그 지도체제에서도 짐작할수 있듯이 야당의 체질을 크게 탈바꿈 시키리란 전망이다.
물론 이질세력의 결합이 실제 당무운영 과정에서 갖가지 마찰을 빚게될것도 충분히 예결할수 있는 일이지만,오히려 일방통행식의 당운영이 파차간 불가능한 구조는 야당의 고질로 등장한 권위주의적 행태를 해소할 수 있는 비탕이 된다는 측면도 있다.
야당통합 선언이 당내 민주화를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것도 이번 통합을 통해 야당이 발전적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기대가 담겨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당의 특성으로 미루어 야당의 계보정치가 건전하게 부활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는가하면 새로 제정될 당헌당규가 새로운 민주적 제도장치를 대폭 반영할수 있도록 밀도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공동대표제의 지도체제는 본격적으로 정당에서 도입해본적이 없는,그리고 우리정치의 과도기적 현실이 낳은 기형적 타협안이라는 점에서 또하나의 정치실험이 될것으로 보인다.
양당통합은 국민 일반에게도 지역적 야권분열로 비롯된 갈등요인을 제거,「정서통합」의 중요한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야권의 통합신당이 향후 정국에 미칠것으로 예상되는 갖자지 파장도 이같은 국민정서 구조의 변화가 전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다.<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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